[박철근의 재계산책] '대기업 길들이기'를 바라보는 단상(斷想)

입력 2010-07-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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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압박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군사정권 개발시대에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정부는 권력을 남용해 기업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국가발전기금'을 거두고, 이에 불응하는 기업에게는 각종 인허가 제한 세무조사, 각종 조사권 등 '전가의 보도'를 휘둘렀다.

사회가 선진화되고 민주화되면서 과거 군사정권 시절과 같은 모습이 재현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살펴보면 과거의 모습이 오버랩(overlap)되곤 한다.

군부정권 시절처럼 기업경영에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기업은 정치권과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소위 '을(乙)'의 위치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통령과 장관들의 연이은 '대기업 질타'는 대기업들이 긴장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그룹들은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연이어 미소금융과 상생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쏟아 냈다. 마치 "우리도 이만큼 하고 있으니 너무 대기업만 다그치지 마시오"라며 항변하는 모습이다.

대기업이 주장하는 논리에도 충분히 일리는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게 되면 실적달성에 일등공신인 직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상식"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에게 그 책임을 모두 묻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대기업에는 비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정부에서 이처럼 '대기업 길들이기'식 발언이 이어질 경우 기업 이미지는 더욱 안좋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최근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가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되찾고자 하는 목적으로 활용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집권 3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MB정부의 '레임덕(권력누수)'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락과 금리인상 등 서민경제에 부담이 되는 현상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면서 MB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기업들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국민정서를 이용한다면, 어느 기업도 자국 정부를 믿고 경영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언론에서 표현하는 '반대기업 정서'나 '대기업 길들이기'가 아닌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변화라고 역설(力說)하지만, 웬지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정부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까지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줄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개그맨 이경규 씨가 모 방송에서 했던 말인 "더러워서 못해먹겠네"라는 말이 기업인들 사이에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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