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헤이워드의 뒷모습

입력 2010-07-29 06:20 수정 2010-09-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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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헤이워드 BP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

그는1982년 BP에 합류했다. 전형적인 영국신사로 깔끔한 일처리와 탱크같은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았다.

친근한 외모도 장점이다. 지난 2004년 헤이워드를 인터뷰한 컬럼니스트 주디 베번은 "그의 미소는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버린다"라고 말했다.

헤이워드의 경영 좌우명은 '탐험 정신'이다. 사막과 심해를 파헤치며 유정을 개발하는 기업의 수장으로서 더없이 어울린다.

헤이워드는 마침내 2007년 자산 규모 2500억달러를 자랑하는 영국 대표 정유사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주식시장도 헤이워드를 좋아했다. 그가 취임한 이후 런던증시에서 500펜스 후반에서 거래되던 BP의 주가는 올해 초 600펜스 중반까지 올랐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아스팔트처럼 끝없이 펼쳐질 것 같던 헤이워드의 경력에 생채기가 난다. 지난 4월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로 기록된 멕시코만 '딥워터 호라이즌' 사태가 터진 것이다.

멕시코만 사태는 21세기 최대 재앙으로 불린다. 보험업계가 추산한 피해 규모만 7500억달러에 달한다.

650펜스까지 올랐던 BP의 주가는 사태 발생 직후 3개월만에 300펜스까지 폭락하며 반토막났다.

헤이워드는 존경받는 거대 정유사의 수장에서 하루 아침에 해양 환경을 오염시킨 파렴치한으로 매도된다.

환경 파괴와 경영 소홀을 이유로 헤이워드가 감옥에 가야한다는 주장까지 출현할 정도였다.

CEO 취임에 앞서 그는 BP의 원유 탐사와 시추 사업을 지휘했다. 원유 유출 와중에 요트 여행을 즐겼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는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헤이워드는 영리했다. 그는 미국 대중의 분노와 비판을 온몸으로 받아 내는 대속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원유 사태 이후 인터뷰 자리에서의 잦은 실수는 일부러 바보 이미지를 구축해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려했다는 의도였다는 말도 나온다.

오는 10월 사임하기 전까지 헤이워드는 어떻게 보면 최고 수장으로서 회사의 비극적인 사태를 끝까지 막고 나가는 셈이다.

그는 오너는 아니다. 그러나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이번 용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백억원을 횡령하는 등 온갖 비리와 부정행위에도 화려하게 복귀하는 귀족 경영인에게는 찾을 수 없는 용기다.

각종 로비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도 '부활'하는 일부 경영인은 결코 가질 수 없는 리더십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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