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경영 붕괴 대해부

입력 2010-07-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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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ㆍ멸사봉공 파괴, 철저한 능력위주 인사로 전환

일본식 경영의 '진짜'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

일본 상장사들이 1억엔 이상의 보수를 받는 임원 명단을 일제히 공개하면서 일본식 경영 붕괴 양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 동안 일본은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보수 총액만 유가증권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했을 뿐 개별 임원이 얼마나 받는지는 대해서는 공개의무 규정이 없었다.

그러나 일본 금융청이 올해 3월 결산기부터 1억엔 이상을 받는 임원들의 연봉 공개를 의무화하면서 고액 연봉자 명단이 공개된 것이다.

법정 공개 기한인 지난달 30일까지 1억엔 이상의 보수를 받은 임원은 166개 상장사에서 288명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보수액은 1억6600만엔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액 연봉자 순위에는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을 포함해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ㆍ앨런 맥킨지 다케다약품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 등 외국인 경영자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 같은 결과에 일본 경영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의 보수 수준이 미국 유럽 등의 경영자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이것이 일본식 경영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례라고 진단했다.

□ 연공서열 파괴 = 우선 일본 전통적 기업문화인 ‘연공서열(年功序列)’ 제도의 파괴이다.

이번 임원 보수 공개에서 주목할 점은 일본인과 외국인간 보수 격차가 아니라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지적했다.

미국 유럽 지역 경영자들의 보수는 단순히 노동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그들이 목표로 하는 리스크에 대한 인센티브라는 설명이다.

이들이 거액의 보수를 받는 경영자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이미 충분한 실적을 검증받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돈과 명예를 모두 쥐고 있지만 그것들을 포기하는 대신 리스크를 선택했기 때문에 거액의 보수도 당연하다는 것.

반면 일본의 경우 일개 사원으로 입사해 별다른 리스크 없이 근속연수와 함께 지위가 올라가는 시스템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보수나 소속도 안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유럽 CEO와 일본인 CEO의 ‘노동량’을 평가하기 전에 리스크의 차이를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 사라진 ‘멸사봉공’ 의식 = 또 다른 일본식 경영의 붕괴 현상은 고액 연봉자와 일반 월급쟁이간의 괴리감을 부추겨 과거 ‘개인을 희생해 공공에 봉사한다’는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샐러리맨들에게 직장이란 ‘자아실현의 장’ ‘자신의 인생을 거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때문에 ‘회사를 위해’ 사회를 위해’라는 의식을 갖고 회사에 헌신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임원 보수 공개와 함께 이 같은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전했다.

회사는 적자일로를 걷고 있어도 임원들은 여전히 고액의 보수를 받으며 일반 사원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원들의 사기를 꺾어 과거와 같은 헌신의지 대신 받는만큼 일한다는 무사안일주의 팽배해지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지적했다.

□ 철저한 능력위주 = 철저한 능력위주로 인사 채용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일본식 경영 붕괴 양상을 보여준다고 닛케이 비즈니스는 강조했다.

미국 대기업의 CEO를 출신대학별로 보면 하버드ㆍ예일ㆍ스탠포드ㆍ프린스턴 등 명문대 출신자는 거의 없다.

대표적 예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CEO다. 그는 아일랜드계 이민자 출신으로 부친은 전철 차장으로 근무했다. 그의 출신학교는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피바디 캠퍼스다. 명문대학은 아니다.

이런 배경을 지닌 사람이 기업 총수에까지 오를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명문대 출신자들은 대부분이 변호사 회계사 투자은행 등에 전문직으로 취직해 CEO들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전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학력 위주의 평가와 선발을 통해 인재 육성에 주력해왔지만 앞으로는 개인의 능력을 기반으로 한 인재 등용이 확산될 전망이다.

더불어 닛케이비즈니스는 임원 보수 공개를 계기로 ‘일본 기업=일본식 경영’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은 분명하며 이것이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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