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저가 선박 수주 급증 '외화내빈'

입력 2010-06-24 13:55 수정 2010-06-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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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늘고 있지만 벌크선 등 저가 선박 중심…"수익성 확보 쉽지 않다" 지적도

"지금 찬밥 더운밥 가려가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일단 최소한의 마진만 보장된다면 저가 선박이라도 수주부터 해야하는 시점입니다."(A조선사 관계자)

지난 2년간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조선업계가 최근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작년 동기대비 10배 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주 행진이 외형적으론 긍정적이지만 수주선박 대부분이 벌크선과 탱크선 등 저가 선박에 집중되면서 여전히 어려운 조선시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수주 실적이 없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부유식 원유일괄생산저장시설(FPSO),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벌크선 등 45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달 초 그리스 선박박람회에서 15만8000t급 유조선 5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따내는 등 현재까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총 29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벌크선, 해양플랜트 설치선 등에 대한 건조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올해 상반기에만 24척을 수주했다. STX조선해양도 올 상반기에만 23척을 새로 확보했으며 STX유럽 등 해외물량까지 합하면 32척 규모다.

하지만 수주 내용면에서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대형 조선사들이 그동안 FPSO 등과 같이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수주를 해 왔으나 벌크선 등 저가 선박 중심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종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는 탱커와 벌크선의 일부 사이즈(클래스)애서 집중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주 선종의 변화는 작년말 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연말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지난 4월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탱커선과 벌크선을 수주하면서 저가 선박 수주에 잇따라 뛰어든 것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수주실적은 거의 없었지만 상담은 많았고 원가와 마진 등을 고려해 선별 수주했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닌 만큼 원가 이상으로만 계약해 손실만 없다면 수주부터 하자는 내부 의견이 높아졌다"며 변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조선사 관계자도 "지난 2~3년 전과 달리 수주 선박의 종류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에서 저부가가치 선박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현재 조선산업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조선사들이 저가 선박 수주에 나선 것은 현금 부족과 수주잔고 보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거의 없는 조선사들은 운용자금이 점차 줄어 들었고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면서 "차입금 규모가 확대되면서 운용자금 조달을 위한 신조선 수주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주 잔고가 2년 이하로 줄어들어 이를 보충하기 위한 것도 있다"면서 "이러 이유들로 조선사들은 적정 마진이 발생한다면 또는 마진이 적더라도 저가 선박 수주를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수주는 늘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주되고 있는 선박의 신조 선가를 보면 대부분 클락슨에서 발표하는 공시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계약이 성사되면서 조선소의 수익 기여도는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한편 저가 선박 수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발주선박의 대부분이 벌크선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성 애널리스트는 "신조선 발주량은 점진적인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주 발주 선종은 여전히 탱크선과 벌크선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 이전에도 벌크선 등 저가선박의 발주가 많았지만 FPSO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했다"면서 "하지만 당분간 벌크선 등 저가 선박을 중심으로 발주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저가선박) 수주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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