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이드] 정범식 사장의 '1등의 꿈'

입력 2010-05-31 15:32 수정 2010-05-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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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에도 시장 지배력을 가진 곳이 나올 수 있고, 또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현재 직원들에게 석유화학업계의 포스코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범식(62·사진) 호남석유화학 사장의 말이다. 호남석유화학을 업계 1위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호남석화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실패한 이후에도 풍부한 자금으로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는 "(M&A를 위해) 동남아시아나 중동을 보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석유화학사업 하기에 여건이 좋아 보인다"면서 "기회가 되면 일본도 괜찮다고 본다"고 강조해 M&A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연한 말 같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 사장이 자신 있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풍부한 경험과 자금, 그리고 그룹의 지원이란 3박자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범식 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한국종합화학에 입사했다. 이후 호남석화 부사장, 현대석유화학 사장을 거쳐 지난 2007년부터 호남석화 사장을 역임해왔다. 30여년간 석유화학을 경험해 온 자산이 있는 것이다.

특히 정 사장은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대산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의 에틸렌 생산규모를 연산 100만t 돌파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경험이 있다.

자금면에서도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다. 호남석화는 현재 10억 달러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낮은 수준이다. 정 사장은 "10억 달러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다 부채비율이 50%인 점을 감안, 부채비율을 100% 정도로 끌어올린다면 추가로 더 많은 자금의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母) 그룹인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크다. 롯데그룹은 주력 화학계열사인 호남석화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케이피케미칼의 해외 화학기업 M&A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항상 M&A설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초에는 국내 최대 NCC 업체인 여천NCC 인수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초엔 금호석유화학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는 호남석화는 어려웠던 시기에 과감한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LG화학과 공동으로 현대석유화학(현 롯데대산유화)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2004년에는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했으며 최근엔 롯데대산유화를 합병한 바 있다.

그 결과, 호남석화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462억원으로 전년대비 60.4% 늘어나며 종전 최대치였던 작년 2분기의 2249억원을 웃돌았다. 매출도 전년동기보다 46.1% 늘어난 1조8034억원의 경영실적을 거뒀다.

최근 정 사장은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업계 1위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사람들이 석유화학회사의 1등 기업으로 'LG화학'을 꼽는다"면서 "에틸렌 생산규모로는 호남석화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아쉬워했다.

현재 전통 석유화학사업인 에틸렌 생산규모로 호남석화는 연산 175만t으로 LG화학의 176만t과 비슷한 수준인데다 매출 기준으로는 LG화학에 이은 두번째지만 사람들이 인식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남석화는 여수 NCC 증설을 통해 연간 에틸렌(ethylene) 생산량을 기존 75만t에서 100만t 규모로 끌어 올린다. NCC 증설이 완료되는 2012년 4분기에는 기존 100만t급 대산 NCC와 합쳐 총 20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국내 에틸렌 생산규모 1위인 여천NCC(187만t)가 한화케미칼과 대림산업 합작사라는 제외하더라도 명실상부한 국내 1위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정 사장은 그러나 그리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사람들의 전언이다. 호남석화 고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지금의 호남석화를 만들었던 만큼 앞으로 업계 1위 '호남석화'를 이뤄내고 싶어한다"며 "M&A 등 국내외 투자를 통해 차곡차곡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있어 하는 모습이다. 정 사장은 "석유화학업계의 포스코가 돼야 한다"는 말을 직원들에게 종종 한다. 지금의 호남석화가 있기까지 동거동락을 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다.

물론 아직 넘어야할 장벽도 있다. 당장 케이피(KP)케미칼과의 합병이다. "케이피케미칼의 대주주(지분율 57%)는 의향이 확실하지만 43% 정도의 지분인 소액주주가 반대하면 합병이 어렵다"고 답한 정 사장의 말처럼 '호남석화-케이피케미칼'의 합병이 정 사장의 갖고 있는 '1등 기업의 꿈'을 이루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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