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 ② 정성룡

입력 2010-05-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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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번 월드컵은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무대다. 처음 출전하는 월드컵을 통해서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으면 좋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성장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골키퍼 정성룡이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 후 남긴 말이다.

▲사진=뉴시스
골키퍼 정성룡은 원래 필드 플레이어 출신이다. 경기도 광주중학교 1학년 때 까지만 해도 스위퍼(수비수)였다. 또래 선수들보다 킥과 파워가 좋아 보직에 적절했다. 인생이 바뀐 시점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팀 내 골키퍼 축구를 그만두는 바람에 우연찮게 골키퍼의 길로 들어섰다. 반 대항 축구대회에서 골키퍼로 잘 뛰었던 것을 눈 여겨 본 동료들이 정성룡을 후임 골키퍼로 적극 추천한 탓이었다.

생각지도 않게 골키퍼라는 특수 보직을 맡게 됐지만 정성룡은 “상대 공을 막는 느낌이 참 좋았다”고 말할 정도로 수문장의 역할을 마음에 들어했다. 게다가 골키퍼로서 성공하겠다는 본인의 집념도 대단했다. 수도권인 성남에서 줄곧 지냈던 정성룡은 제주도에 위치한 서귀포고로 진학하기로 결심할 정도로 의지에 불탔다.

묵묵히 땀을 흘리던 그에게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2002년부터였다. 이렇다 할 대표팀 경력이 없던 정성룡은 전국 체전에서 우승을 이끌며 자신의 기량을 조금씩 뽐냈다. 그리고 2002년 여름에 박성화 감독이 이끌던 U-19 대표팀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대표팀 생활을 시작했다. 설렘은 잠시였다. 그 해 10월에 열렸던 U-19 아시아 선수권과 2003년 11월 UAE U-20 월드컵에는 골키퍼가 2명만이 출전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최종 명단에는 그 대신 김영광과 성경일의 이름이 올라갔다.

정성룡의 골키퍼 인생은 2006년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김병지가 FC서울로 이적하면서 포항의 주전 골키퍼 자리를 바로 꿰찼고 2007년에는 포항의 K-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그리고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 승선, 예선전부터 선방을 거듭해 이듬해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No.1 골키퍼로 나섰다. 골키퍼로서 비상을 시작한 것이다.

성인 대표팀에서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성룡은 2008년 1월 30일 칠레전에서 김병지의 부상으로 후반전에 교체 출장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전을 비롯한 각종 평가전에 출전해 6실점을 기록했다. 월드컵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는 본격적으로 땀의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거대한 산이었던 이운재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틈타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강력한 대항마로서의 이미지를 굳힌 것. 그 과정에서 독일월드컵까지 경험한 김영광을 밀어내며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다진 것은 물론이다.

산을 넘는 법을 아는 정성룡은 월드컵 주전 골키퍼로 등극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정성룡은 미세한 균열마저 놓치지 않을 기세다.

공교롭게도 정성룡은 한국 최고의 골키퍼들과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하는, 불운과 행운을 모두 거머쥔 사나이다. 프로 무대에서는 김병지가 그의 앞길을 막아 섰고, 대표팀에서는 이운재가 가로 막았다. 하지만 정성룡은 그늘 깊은 나무 아래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를 아는 묘목이다. 불안과 초조는 땀으로 대체하는 것, 연습에는 장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의 골키퍼 인생을 집약할 수 있는 “묵묵하게”라는 단어도 그렇게 나온 것이다.

“정성룡은 체격 조건이 굉장히 좋은 골키퍼다. 키도 큰데다가 심지어 팔 길이가 자기 키와 대비해서 굉장히 길다. 그리스의 장신 공격수들과의 공중 볼 다툼을 생각하면 정성룡의 그런 특징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남은 평가전까지 정성룡이 출전한다면, 아마도 월드컵 본선에서도 정성룡으로 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몸 상태가 제대로 돼 있다면 당연히 이운재가 정성룡보다 낫다. 누구를 출전시킬지는 직접 지켜보고 있는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제일 잘 알 것이다.”라고 정성룡의 현재소속인 성남일화 신태용 감독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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