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종환 장관의 독설

입력 2010-05-13 16:49 수정 2010-05-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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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기업은 죽게 놔두겠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최근 한 인터넷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ㆍ부동산 정책의 수장이 내뱉은 말이라고는 차마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폭탄 발언이 나온 것이다.

건설업계의 압력이 오더라도 부동산 정책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아래에서 정 장관의 이번 발언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중견 건설사 한개가 무너지면 하청업체를 비롯해 건설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둔 건설사가 무너지면 철강업체, 인근 지역 요식업체 등도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광주전남을 지역기반으로 한 남양건설이 무너지자 국내 철강유통업계 1위인 새한철강도 함께 무너졌다. 지방소재 건설사 한개가 무너지면 지역경제가 뿌리채 흔들린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

게다가 기업이 무너지면 직장을 잃고 거리로 쫒겨나는 사람은 반드시 나온다. 올해 가장 먼저 법정관리에 돌입한 성원건설의 경우 5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이같은 상황을 모를리 없는 정 장관의 입에서 "죽을기업은 죽게 놔두겠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는 것은 대충 넘길 문제가 아니다.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지고 전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을 당시 정부는 건설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부도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에게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당시 대다수 건설사들은 살아났고 지금 워크아웃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지금 정 장관은 부실건설사를 시장에서 모두 퇴출시키겠다고 한다. 리먼 사태 이후와 정부의 태도와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절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건설사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건설사 줄도산의 일차적인 책임은 건설사에 있지만 시장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너희들 문제다"며 팔장을 끼고 지켜본다는 것은 건설 정책 수장이 취할 태도는 아닌듯 하다.

정종환 장관은 작금의 사태를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건설사 하나가 무너질 때 딸린 식구들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일국의 장관이라면 말을 아끼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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