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트리셰의 무거운 어깨

입력 2010-05-13 11:29 수정 2010-09-2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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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이 유로에 갖는 감정은 특별하다.

유럽은 그동안 2차 대전과 냉전시대를 겪으면서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영국 런던의 금융중심지 시티는 미국 뉴욕에 밀린지 한참이고 제조업의 천국이라는 독일도 일본에 이어 중국에 치이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을 '쓰러지는 공룡'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덩치만 컸지 효율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책없는 복지와 게으름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은데다 정치 역시 개혁보다 구악을 답습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비난도 들린다.

지난 1999년 유로의 탄생은 유럽 국가들이 단일 통화권을 형성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과거 수백년에 걸쳐 유럽인들은 통합이라는 꿈을 꿨다. 유로 출범은 유럽인들의 정치·경제·사회·역사적인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로존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유럽경제공동체(EEC)가 창설된 것은 지난 1958년이다.

이후 1998년 7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설립됐고 다음해 1월 유로존 단일통화인 유로가 공식 출범했다.

유로 출범 당시 유로존의 분위기는 축제 그 자체였다. 일부 투자기관들은 유로가 미국 달러를 제치고 세계의 기축통화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이제 과거속으로 사라졌다. 그리스발 재정위기 사태로 남유럽은 물론 유로존 16개국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유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에는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도 작용하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던 지난주 ECB는 유로존 국가의 채권 매입 요구를 묵살했다. 중앙은행이 회원국의 채권을 직접 매수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ECB는 그러나 일주일도 안돼 입장을 180도 바꾼다. 상황이 심각해 회원국 채권을 매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살은 쟝-끌로드 트리셰 ECB 총재에게 꽂혔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시장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정치적인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0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 조성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유로화 가치 급락의 배경이다.

그러나 유로존과 ECB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유로는 결국 국제 외환시장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로화가 15년 안에 사라진다는 짐 로저스의 말을 자극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기 힘든 이유다.

만약 유로 붕괴가 현실화한다면 최근 3~4년에 걸쳐 일어난 신용위기와 금융위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파장이 일 수 밖에 없다.

트리셰 총재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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