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바빠진 곳은 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스마트폰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강좌를 개설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무료 강좌를 통해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속내였다. 스마트폰 강좌는 고객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7일 본점 교육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강좌를 연다. 직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배움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온라인 오픈마켓이나 TV홈쇼핑 채널들이 스마트폰 자동결제 서비스까지 도입하는 사이 백화점은 아직까지 변변한 어플리케이션 하나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단지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전단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을 뿐이다.
롯데백화점의 아이폰 용 어플리케이션은 '주머니 속 전단'이라는 콘셉트로 아이폰을 소유한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받아볼 수 있도록 개발됐다.
롯데백화점 아이폰 에코 전단 어플리케이션은 매주 1~2회 전단 발행시 홈페이지와 동시에 업로드된다. 이벤트 및 상품행사 등 점별 주요행사를 페이지 확대하거나 좌우 이동버튼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페이지 넘기기 효과를 이용하며 실제 인쇄 전단을 보듯이 모바일 전단을 볼 수 있으며, 지점과의 통화 버튼을 통해 쉽게 해당점포 대표 전화번호로 연결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앞으로 서비스 범위를 쿠폰, 패션 잡지, 롯데포인트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와 함께 백화점 빅3인 신세계나 현대백화점은 아직 스마트폰용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업계가 스마트폰 연계 마케팅에 소극적인 이유는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 과거 모바일 쇼핑몰처럼 스마트폰 시장도 인터넷몰에 기반 한 부대사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쇼핑몰 시장이 열린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은 모바일몰과 달리 시장이 커질 같기는 하지만 아직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 시장이 온라인몰이나 TV 홈쇼핑과는 달리 명품이나 고액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스마트폰 마케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카드결제가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소액 결제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백화점은 상대적으로 고액의 제품 위주여서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백화점업계가 아직 스마트폰 시장을 받아들일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선제 조건은 잘 구축된 인터넷 쇼핑몰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쇼핑몰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데 동의한다.
인터넷몰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의 특징인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또 모바일몰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화점의 경우 아직 인터넷몰 시장이 정착되지 않았다. 인터넷몰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심은 아니다. 백화점에서 잘 팔리는 품목들 위주로 짜인 격식 맞추기라는 인상이 더 짙다.
하지만 백화점업계가 언제까지나 스마트폰에 등을 돌리고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온라인몰 규모가 백화점 시장규모를 넘어선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장마저 빼앗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계속 내놓고 있는 것도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헌배 대한상의 국제표준팀장은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40% 정도가 가격비교, 매장확인, 할인쿠폰, 쇼핑목록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다”며 “글로벌 유통․제조업체들은 고객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