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후지쯔 前사장, 부당해고 소송 논란

입력 2010-04-07 16:42 수정 2010-04-0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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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임원은 회사에서 쫓겨났을 경우 회사에 대한 마지막 충성심을 표하고 조용히 떠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전기업체 후지쯔의 노조에 구니아키 전 사장이 사임과 관련 이의를 제기한 뒤 소송사태로 번지면서 이 같은 전통이 바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노조에 전 사장은 지난해 9월25일 허위정보에 근거해 억울하게 사임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측은 표면상의 사임 이유를 ‘지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에 전 사장은 반사회적 세력과의 결탁때문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반사회적 세력’과 관련된 기업에 상장 폐지를 요구하는 도쿄증권거래소의 적용 대상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 회사는 그럴 경우 거래처에서 자금공급이 끊겨 회사가 파산지경에까지 몰릴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노조에 전 사장은 자신과 무관한 일로 사임당한 것과 관련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지난 2월 “허위사실로 사임을 강요당했다”며 사임 철회와 기업 통치가 정상적으로 작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제삼자 위원회에 의한 조사를 요구했다.

후지쯔측은 이 요구를 거부하고 지난달 6일 노조에 전 사장을 고문직에서 해임했다. 또 그 동안 노조에가 추진해온 자회사 니프티 매각을 둘러싸고 바람직하지 않은 기업과 관련돼 있었다며 사임 사유를 정정했다.

이에 노조에 전 사장은 자신의 사임으로 인해 니프티 매각계획이 중단돼 후지쯔측에 50억엔의 손해를 입혔다며 회사측에 해당 임원들을 제소하라고 7일 요구했다. 그는 회사측이 나서지 않을 경우 주주대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구니아키 후지쯔 전 사장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노조에 전 사장은 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등 적극적으로 회사개혁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사내의 반발을 사 해임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1971년 후지쯔에 발을 들인 토박이가 개혁을 명분으로 동료들의 목을 수도 없이 쳐내면서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노조에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정보기술(IT)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2008년 6월 후지쯔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사장에 오르자마자 불가피하게 디스플레이 사업을 매각하고 40년 동안 이끌어온 하드디스크 사업도 처분했다. 또 반세기동안 이어온 반도체칩 사업도 대만에 아웃소싱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면서 해외 영업소의 권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중간 관리직을 내보냈다.

결정타는 회사의 권력자인 아키쿠사 나오유키가 애착을 갖고 있던 니프티 매각을 시도한 것이었다.

니프티는 '모든 것을 인터넷상에'라는 전략을 내세워 2000년 후지쯔의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침체로 2008년 3월 니프티의 주가는 기업공개(IPO) 이후 정점에서 80%나 빠졌다.

이런 니프티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것은 노조에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실세들의 반발로 니프티는 여전히 후지쯔 산하에 남아 있다.

▲노조에 구니아키 후지쯔 전 사장
노조에는 한때 역동적인 기술업체로 정평이 난 후지쯔가 미지근한 개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WSJ도 노조에와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가전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일본 산업계는 한국과 중국 등 신흥 경쟁국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기업들은 과거의 영화에 집착해 사업재편을 등안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에서 개혁을 시도할 경우 안정을 바라는 세력의 미움을 사 조직이 마비지경에 이른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업 이사진 대부분이 토박이이며 이사회에 사외이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 개혁의 발목을 붙잡는 다는 설명이다.

템플대학 아시아연구소의 제프 킹스턴 소장은 “후지쯔는 시대착오로 현실에 안주한 기업문화의 전형”이라며 “'주식회사 일본'이 직면한 진짜 문제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노조에는 “후지쯔에 복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는 점과 회사측의 해명을 듣고 싶을 뿐”이라는 하소연으로 WSJ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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