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변하지 않은 건 이름뿐"... 기아 스포티지R

입력 2010-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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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키워드는 ‘디자인’…, 투싼ix 보다 서스펜션 탄탄해

기아차 스포티지는 어느 시대에서나 동급 세그먼트를 리드해 왔다.

1991년 당시 기준으로 전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컴팩트 SUV(1세대 스포티지)를 만들어 세상을 깜짝 놀래켰다. 그러나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놓고도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했었다. 토요타 RAV4와 혼다 CR-V가 서둘러 양산 모델로 북미시장을 점령해 나갔다. 뒤늦게 추격을 시작했으나 시기를 놓쳤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격차는 급격히 줄었다. 출사표는 2007년 북미오토쇼에 기아차가 선보인 컨셉트카 '큐'였다. 마침내 2010년, 경쟁 브랜드를 깜짝 놀래킬 새병기가 등장한다.

1세대는 물론 2세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 전체가 환골탈태했다. 그리고 그 위에 기아차가 자존심으로 여기는 이름 '스포티지R'의 엠블럼을 붙였다.

◆디자인 독창성 주창한 3세대 스포티지 = 스포티지R 기자단 시승회가 광주와 전남 영광 인근에서 치러졌다. 광주2공장 스포티지 조립라인 끝 주차장에 20여 대의 3세대 스포티지가 나란히 코끝을 맞춰 늘어섰다. 언제나 마찬가지겠으나 단체로 늘어섰을 때의 존재 당위성은 크다.

가장 예쁜 색깔 '테크노 오렌지'를 배정받아 키를 건네받았다. 3세대 스포티지R은 이제 더 이상 컴팩트 SUV가 아니다. 2세대보다 길이와 너비, 트레드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늘어났고 높이는 되려 낮췄다. 같은 플랫폼의 현대차 투싼ix가 여전히 컴팩트 SUV 범주에 머물러있는 반면 스포티지는 이 영역을 벗어났다.

기아차는 이를 두고 CUV라고 했다.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새 모델은 여러 부분 SUV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을 가볍게 넘어섰다.

최근 기아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담긴 날렵한 앞모습은 '마초'성향의 SUV와 거리가 멀다.

휠하우스를 가득 메운 타이어는 보기 드문 '235/55 R18' 사이즈. 뒤쪽으로 갈수록 높이를 낮춘 루프 라인과 암팡지게 부풀려 놓은 트렁크 해치도어가 이색적이다. 작은 SUV가 아니라 커다란 해치백에 가깝다.

묵직하게 열리는 도어 너머에 화려한 인테리어가 가득하다. 역시 기아차 디자인 부사장 '피터 슈라이어'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폭스바겐 티구안에서 본 스텝 방식의 대시보드와 '혼다' 분위기 물씬한 스티어링 휠이 '많이 팔기 위해 혈안이 돼있는' 기아차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잘 팔리는 차의 장점만 고스란히 모아둬 누구든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거꾸로 스포티지만의 색깔은 없어 보인다. 인테리어의 거부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굳히기 작전'이 필요할 듯하다.

푸시타입의 시동버튼을 누르면 엔진은 부드럽게 잠에서 깬다. 직렬 4기통 2.0 R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0kg‧m를 낸다. 시승차는 사륜구동이 아닌 2WD모델. 맞물린 트랜스미션은 6단이다.

시프트레버를 D레인지로 옮기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가볍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인테리어는 화려하다. 2단계로 나뉜 센터페시아는 BMW가 즐겨써왔고 폭스바겐도 가뭄에 콩나듯 써먹었었다.

7인치 온보드 모니터 주변에는 DMB와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나타내는 버튼이 가득하다. 하나하나 눌러볼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계기판은 못생겼으나 시인성이 뛰어나다.

복잡한 광주 도심을 빠져나가는 사이 가벼운 몸놀림을 느낀다. 전체적인 도심주행감각은 현대차 투싼ix와 다르지 않되 가속페달의 초기반응은 좀더 민감하고 발빠르다.

디젤 엔진의 좁은 회전수 영역(4500rpm)을 6단 기어로 잘게 쪼갰으나 변속이 빈번하지 않아 다행스럽다.

◆ 투싼ix 보다 경쾌하고 서스펜션 탄탄=도심을 빠져나온 20여 대의 스포티지R 무리는 전남 영광으로 이어지는 22번 국도에 올라서자마자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차례대로 목적지를 향해 '발사'된다.

2500rpm을 넘어서는 순간 디젤 특유의 '부밍'음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시속 10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1800rpm. 1~3단 기어는 별다른 특성이 없으나 4단과 5단 기어가 촘촘하게 맞물린 탓에 시속 90km 언저리에서 변속이 빈번하다.

5단까지는 낮은 회전수로 경쾌하게 달리지만 6단 기어로 변속되면서 상대적인 낙폭이 크다. 연비를 위한 세팅이다. 이 상태에서 급가속을 위해 '킥다운'하면 냉큼 2단계나 갈아타면서 4단에 맞물린다. 스킵시프트다.

기아차가 최근 자랑하는 '엑티브 에코'는 연비 최우선 주행모드다. 왼편의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ECO'가 점등되고 에어컨과 킥다운, 변속 등을 컨트롤해 가장 좋은 연비를 낼 수 있는 상태를 고수한다.

왠만해선 드라이버의 ‘급가속’을 간단하게 무시해 버린다. 덕분에 연비는 1리터당 15.6km나 된다.

기아차가 밝힌 스포티지R의 시속 100km 가속은 9.6초. 체감가속은 이보다 2초쯤 느리다. 진폭 감응형 쇼크 업소버는 노면 상태에 따라 부드러움과 단단한 승차감을 부지런히 오간다. 다만 변환속도가 그리 빠른 편은 못된다.

코너와 코너가 굽이친 해안도로에 접어들었다. 섀시 강성이 뛰어나다. 코너 정점에서 부드럽게 앞머리가 잠긴다. 그러나 이 모션이 지속되면 곧바로 언더스티어로 이어진다. 연비 최우선 '한국타이어 옵티모 H 시리즈'타이어 탓이다. 구름저항이 적고 친환경적이지만 결코 고성능 타이어는 아니다.

여느 컴팩트 SUV보다 시트 포지션과 차체가 낮아 거부감은 확실히 덜어냈다. 라이벌 관계를 떠나 어쩔 수 없는 평가기준은 현대차 투싼ix다. 결론적으로 투싼보다 초기 가속이 묵직하고 서스펜션은 좀더 단단하다.

현대기아차의 플랫폼 통합 결과가 이제 각각의 브랜드 성향을 점지어내는 고유성으로 규정지어지고 있다. 기아차는 스포티지R을 컴팩트 SUV 범주에서 끌어내 크로스오버 개념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스포티지R은 이제껏 없었던 '컴팩트 SUV와 해치백'의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CUV'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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