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SW기업, 한글과컴퓨터의 수난사

입력 2010-01-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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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만 3번 바뀌어…국내 SW업계 영세성 여실히 반영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업체로 꼽히는 한글과컴퓨터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오피스 프로그램인 아래아한글이 빅히트를 치면서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국민 벤처’란 칭호까지 붙었지만 그 명성만큼 굴곡 많은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SW업계 관계자들은 한컴의 수난사가 국내 SW업계의 영세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다.

한컴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창립자 이찬진씨는 지난 1989년 4월에 ‘아래아한글 1.0’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1990년 10월 9일 한글과컴퓨터를 설립하게 된다.

설립 초기 한컴은 가파른 성공시대를 열어갔다. 창립 3년만인 1993년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1996년에는 주식시장에 장외 등록했다. 주가가 한때는 1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IMF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컴은 1차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것. 가장 큰 원인은 SW불법복제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 가정용 PC에는 한컴의 아래아한글이 깔려 있지만 돈을 주고 구매한 곳은 거의 없었다. 지금도 한컴의 오피스SW 매출 중 개인용 사업부문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도 악재였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윈도OS를 기반으로 MS는 아래아한글에 맞서는 워드프로세스와 액셀 등 오피스 제품군을 패키지로 제공했다. 이로 인해 아래아한글의 오피스SW 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 말 90%까지 달했지만 지난 2008년에는 17%까지 떨어진 상태다.

결국 한컴은 백기를 들었다. 1998년 6월 한컴은 MS로부터 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아래아한글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벤처업계와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한글지키기’ 국민 모금 운동이 일어나면서 이를 철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찬진씨는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후에도 한컴의 굴곡진 역사는 계속된다. 2000년대초 한컴은 인터넷사업에 올인하지만 닷컴 버블의 붕괴로 경영권 분쟁이라는 2차 위기를 맞이한다. 이 와중에 한컴은 2003년 부동산개발회사인 프라임그룹에 인수된다.

프라임그룹 인수 이후에는 약 5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08년에는 사상 최대인 470억원의 매출과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자존심 회복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또 다시 3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당시 한컴 대표를 맡고 있던 백종진씨가가 검찰로부터 횡령 및 배임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또 다시 외풍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프라임그룹은 한컴의 매각을 선언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한컴은 지난해 셀런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된다. 셀런 인수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오는 3월 ‘한컴오피스 2010’ 출시를 예정했던 한컴은 이번에 또 다시 대표이사가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SW업계의 한 임원은 “한컴의 잦은 위기와 최대주주 교체는 사업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국내 SW업체의 영세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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