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 '들썩'...업종별 체감도 엇갈려

입력 2010-01-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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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자동차 "예의주시"…유화·항공 "나쁘지 않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연초부터 들썩이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지난 8일 배럴당 80.34달러를 기록, 1년3개월만에 배럴당 80달러대했다. 작년 가장 낮았던 2월19일(배럴당 40.10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가량 오른 셈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8일 종가 기준으로 1130.50원에 거래돼 전날 종가보다 4.90원 하락했다. 새해 들어서만 원·달러 환율이 34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유가와 환율의 변동이 커지면서 업종별 주요 기업간 체감도도 엇갈리고 있다. 유화와 항공업종은 유가 상승이 부담스러우면서 환율하락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자동차·전자업종은 과거에 비해 면역력은 갖췄으나 외부여건 등으로 인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환율 및 유가 변동 예의주시"

자동차업계의 대표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환율 및 유가의 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 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 사업계획상 환율을 1100원으로 정한 상태로, 최근 급격한 하락세가 지속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고 몇 년 전부터 900원대 환율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온 만큼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가 상승이 매출 및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데다 석유화학제품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질 수 있어 유가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전자 "면역력 갖췄지만 물류비 상승 예의주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작년 환율과 유가 급등락을 거치며 '면역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양사가 전 세계에서 물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라 통화가 다변화돼고 생산공장이 해외로 대거 진출해있어 환율 걱정이 덜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양사는 유럽과 신흥시장의 비중을 늘리고 있어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은 예년에 비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유 외환 중 달러는 절반 가량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은 50% 수준"이라며 "부품 사업은 달러 비중이 높지만 세트(제품) 사업은 통화가 다양해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도 "과거에 비해 환율 민감도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이는 37개국 통화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다 해외 생산이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자업계는 원유를 직접 원자재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적지만 자칫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휴대전화는 항공기를 이용한 수출 물량이 많아 유가 상승으로 항공기 운송 비용이 늘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 부피가 큰 제품은 국내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 "환율 영향 거의 없고 유가 상승은 긍정"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에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2년이 넘기 때문에 대부분 업체가 선물 거래 등으로 환헤지를 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주 물량에 대해서는 환헤지 등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 없지만 신규 수주시 제조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다만 환율 상승시에는 이와 반대로 가격 경쟁력이 생겨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과 관련해서도 조선업계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은 유가 상승에 따라 세계적으로 해양 플랜트와 에너지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선박 발주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경기침체 등을 불러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고유가 상황에서는 해양플랜트 시장 등을 활성화시켜 나쁘지만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정유·유화 "환율하락 나쁘지 않다"

정유업계는 원유수입에 따라 상당수준의 외화부채를 갖고 있으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익의 발생으로 세전이익은 개선되나, 수출가격 하락에 따라 영업이익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국내 정유업계들은 수출액보다 외화부채 규모가 크므로 환율하락 시에는 손익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므로 다른 업종과 달리 현재의 환율하락추세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산업은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나빴지만 올해는 겨울철 난방유 수요증가, 국제유가 상승, 아시아권 석유화학공장 신증설에 따른 나프타 수요증가 등에 힘입어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화업계는 유가보다 기초유분 가격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유가상승시 에틸렌, 벤젠 등의 주요 원료가격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등 가격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가 상승과 기초유분의 가격이 반드시 정비례의 관계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재고부담 등의 이유로 선취매 등 단기적인 대비책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 "환율하락 반갑다"

지난해 환율 상승과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항공수요가 급감했던 항공업계는 환율하락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감소했던 항공 수요가 환율 하락에 따라 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항공기 리스에 따른 부채 지급이 상당부분 달러로 지급되는 만큼 환율하락은 그만큼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예상 환율을 1달러당 1200원으로 잡았으며, 이보다 더 내려갈 경우 그 차이만큼의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항공업종에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유류 소모량은 약 3100만 배럴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62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있지만 환율 하락과 수요 증가, 지난 2008년 고유가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아직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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