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vs. 예탁원, 장외파생상품 청산업무 '밥그릇' 싸움

입력 2010-01-08 10:00 수정 2010-01-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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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거래대금 3천조 이상 시장 수수료 챙겨라...정작 당사자는 뒷전

장외파생상품시장 청산거래소(CCP) 설립을 두고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주체인 기관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실질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눈총을 받고 있다.

2010년 기업들의 경우 먹거리(신수종사업)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래소나 예탁결제원도 예외가 아니다.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신수종사업 중 하나가 바로 CCP 제도 도입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발간한 장외파생상품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장외파생상품의 거래규모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후 2009년 1분기까지 거래가 급격히 위축됐으나, 2009년 2분기에는 파산 이전 수준까지 거의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장내 파생상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43조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2009년 2분기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대금은 무려 3400조를 넘는다. 장내파생상품의 거래대금을 감안하면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거래소나 예탁결제원 모두 물러설 수 없다. 그야말로 신수종 사업으로는 최고의 황금 시장 중 하나인 것이다.

CCP 제도 도입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분별한 장외파생상품 경쟁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CCP 설립 논의는 주요20개국(G20) 피츠버그 정상회담에서 의무화를 규정함에 따라 설립추진이 빨라지고 있는 것.

G20 피츠버그 정상선언문에는 장외파생상품 시장 개혁을 위해 2012년까지 표준화된 장외파생상품을 중앙청산소를 통해 청산하되, 청산소를 거치지 않는 거래에 대해선 높은 수준의 자본적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제3차 G20합의문에선 장외파생상품 시장과 관련해 ▲표준화된 모든 장외파생상품은 적절한 경우 거래소나 전자거래망을 통해서 거래되어야 하고 적어도 2012년 말까지는 중앙청산소를 통해 청산돼야 한다. ▲장외파생상품거래는 거래정보 저장소에 보고돼야 한다. ▲중앙 청산되지 않을 경우 높은 수준의 자본요구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2009년 11월 5일 '2009 KRX 상장기업 IR 엑스포'축사에서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건전한 발전을 위해 CCP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CCP 설립 주체다.

거래소는 이미 지난 2008년부터 CCP를 향후 신수종사업으로 결정하고 추진해 왔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미 장내 거래의 경우 거래소가 해오면서 운영노하우와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대 청산결제업무전산화 부장은 “국가 사회적인 비용을 소요하면서 신규로 CCP를 설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KRX가 CCP를 유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청산소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청산소를 독립시키지 않고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없다는 것.

게다가 장내상품과 장외상품의 청산은 기본 개념 자체가 틀려 기존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엔 한계가 있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거래소 측이 주장하는 CCP 설립으로 인한 과다한 사회적 비용은 문제의 요지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장외파생상품에선 거래상대방에 대한 위험에 대한 신용 위험 측정이 가장 중요한데 현행 거래소의 경우엔 이것이 없다는 것.

게다가 세계적인 추세가 복수거래소의 활성화로 국내의 경우에도 거래소가 서울과 부산으로 나눠져 있어서 긴 장래를 고려하면 오히려 통일화된 CCP 설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서로 상반된 주장을 내 놓으며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기관들과의 이해 상충엔 대해선 논의 자체가 전무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이사는 “업계에선 CCP 설립 시 장외파생상품이 장내파생상품과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며 “안전성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전무한 상태”라고 전했다.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水至淸則無魚)’는 속담을 떠 올려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실질적인 업계와의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CCP 설립도 중요하지만 청산소의 자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과거 장내 파생상품 시장을 봐도 역량 부족으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었던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 증권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CCP가 설립돼 운용된다면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용 리스크가 하락해 장외파생 상품의 프리미엄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며 “안정성을 바탕으로 거래 규모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초기 설립에 따른 비용보다 CCP 설립 이후 거래 활성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CCP 설립 주체보다는 실질적으로 장외파생 상품 시장의 활성화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장외파생 상품은 기존의 여타 상품들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이해 상충 관계가 많다는 점에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CCP 설립 주체를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CCP=중앙청산소(Central Counterparty).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결제위험을 인수해 거래 상대방의 신용위험이 집중되도록 하고 회원자격의 제한 및 포지션과 증거금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 또는 기관을 말한다. 현재 사적 계약인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청산과 결제 책임을 당사들에게만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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