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베이트 근절 '성분명 처방제'가 열쇠

입력 2010-01-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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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제약업계와 병원업계, 보건당국간의 그동안의 대책들은 이제는 케케묵은 논쟁으로 비춰질 만큼 시원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리베이트-약가연동제를 통해 한동안 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잠시 사라지는 듯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약사 내부고발과 검찰수사 등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내밀며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한 근본 방안으로 저가구매인센티브제 등 새로운 방안을 검토중에 있지만 이 역시 많은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는 쉽게 말해 요양기관이 상한가보다 약을 싸게 공급받아 보험청구를 하면 그 차액만큼 인센티브 방식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제약사들이 실제 거래가 노출을 꺼려할 수 있어 더 음성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할 소지가 충분하다. 여기에 병원입장에서는 기존 리베이트 비율 이상의 인센티브가 제공돼야만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성분명처방제는 이러한 리베이트근절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약품을 특정 제약사의 제품명이 아닌 의약품의 일반명칭으로 기재ㆍ처방하는 것으로 정부는 성분명 처방을 통해 약제비 절감과 보험재정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복지부는 지난 2007년 성분명처방시범사업을 국립의료원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당시 환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66.6%가 성분명 처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시범사업 기간중 근본적인 문제도 노출됐다. 환자가 특정제약사의 제품을 선택할 수 없게 돼 약사가 의사가 지정해준 성분을 자의적으로 조제하는 것이 그것인데 이 경우 의사에게 집중되던 리베이트가 약사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도를 조금만 개선할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 보인다. 예를들면 의사가 A성분을 처방전에 기재하면 약국에서 약사는 환자에게 각 제품 및 가격대별 A성분의 약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을 통해 제품 선택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의사·약사 모두에게 직접적인 특정 제품의 선택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다.

물론 약사는 환자에게 동일성분의 모든 제품을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부가시키는 게 전제돼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제약사별로 마일리지를 환자에게 제공해주는 것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좋은 마케팅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환자 개개인이 자신의 경제성을 고려해 직접 선택하게 하는 시장경제 논리에도 보다 근접할 수 있는 방안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제약시장은 이러한 환자의 선택권이 거의 고려되지 않는 정보비대칭 시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한 반대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성분명처방이 의료권을 침해한다는 것과 같은 성분이라도 약효가 제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현재 복제약의 경우에는 임상시험 대신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 대조약(오리지널약) 대비 80%에서 125% 사이의 약효를 보이면 식약청으로부터 적합판정을 받는다.

즉 의료계의 이같은 주장은 보건당국이 허가한 약효를 불신한다는 것으로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하다.

취재 도중 만난 몇몇 개원의들은 일종의 양심선언(?)을 했는데 그들은 실제 성분명처방사업이 시행되면 자연스레 병원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특정 제약사 약 선택권한이 없어지면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으로 의사단체가 반발하는 주된 이유도 이러한 기득권 상실 우려 때문이란 말은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편 현재 복지부가 올해 2차 성분명처방시범사업을 시행할지 검토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좀 더 솔직한 자세로 성분명처방제를 포함한 리베이트 근절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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