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채권 처리 속도 여전히 '지지부진'

입력 2009-11-10 06:00 수정 2009-11-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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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부실채권비율 1.48%..전기比 0.03%p '찔끔' 하락

시중 은행들의 부실채권 처리 속도가 상당히 더딘 모습이다. 3분기 은행 부실채권 잔액이 전분기 대비 4000억원 감소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10일 공개한 3분기 국내 은행 부실채권 현황(잠정)을 살펴보면 9월말 현재 부실채권 잔액은 19조2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 19조6000억원에서 불과 4000억원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 부실채권 비율은 1.48%로 집계돼 지난 2분기 1.51% 대비 소폭(0.03%포인트) 하락에 그치며 금융당국이 올 연말까지 목표치로 제시한 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연체기간 3개월 이상 고정이하 여신을 총여신으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은행의 경영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당초 하반기 기업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경기회복 속도 글로벌 주요국의 금융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금융권의 잠재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실채권 처리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추경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개별 은행과 협의 과정에서 은행에 따라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부실채권 비율이 다소 조정할 수도 있지만 모든 은행이 원칙적으로 1%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중 은행들이 금융 불안의 재연 가능성에 스스로 대비하고, 자산 건전화를 위해 선제적인 차원에서 부실채권을 가급적 빨리 정리할 것을 당부했던 것.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주 금감원 출입기자단 세미나 자리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향후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원장은 "경기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니까 조금 더 버티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있는 것 같다"며 "과거 대우그룹이 그렇게 안이한 생각으로 구조조정을 미루다 파국을 맞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으며, 감독당국도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버티는 기업들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금감원은 지난 3분기 중 신규발생 부실 규모가 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7조6000억원에 비해 1조8000억원(23.7%) 감소한 데다 은행의 적극적인 자체 매각상각 노력 덕분에 동 기간 3조1000억원 처리됐다고 전했지만, 전체 은행 부실채권의 처리 비율을 놓고 보면 3분기 은행 부실채권 잔액과 비율은 상당히 더딘 모습이다.

부문별로 부실채권 현황을 살펴보면 3분기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 대비 소폭(0.01%포인트) 내린 1.90%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3분기 중소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의 경우 같은 기간 0.11%포인트 떨어진 2.38%로 집계돼, 지난 2분기 들어 상승 폭이 현저히 둔화된데 이어 3분기에는 하락 반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 2분기 0.64%에서 0.04%포인트 내려간 0.6%를 기록하면서 2분기 하락 반전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 대비 소폭(0.02%포인트) 하락한 0.46%에 그쳤다.

정리방법별로는 대손상각 2조2000억원, 담보처분에 대한 회수 1조6000억원, 여신정상화 9000억원, ABS 4000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시중 은행들의 3분기 부실채권 비율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전분기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1.91%를 기록하면서 지난 2분기에 이어 시중 은행 평균치(1.53%)를 크게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씨티은행은 0.06%포인트 내려간 1.56%를 기록해 부실채권 정리에 소홀한 모습이었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0.16%포인트 내려간 1.56%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은 전분기와 마찬가지로 시중 은행은 물론 은행 평균치보다도 높았다.

이어 신한은행이 0.15%포인트 떨어진 1.44%로 집계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고 국민은행은 동 기간 부실채권 비율이 0.07%포인트 상승한 1.41%를 나타냈다. 외환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1.2% 수준을 나타냈다.

지방은행의 경우 광주은행과 대구은행이 1.84%, 1.49%를 기록하며 전분기에 이어 지방은행 평균 1.39%를 웃돌았고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이 동 기간 0.19%포인트, 0.25%포인트 떨어진 1.39%, 1.2%로 부실채권 처리에 적극 나섰다.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국책은행의 경우 수협의 3분기 부실채권 비율이 2.54%로 여전히 높은 가운데 농협이 1.75%로 뒤를 이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전분기에 비해 되려 0.03%포인트, 0.01%포인트 오른 1.43%, 1.47%를 기록했다. 수출입은행도 0.01% 오른 0.48%로 2분기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단기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클린 뱅크(Clean Bank)를 만들어 위기 이후 경쟁력의 기틀을 다져나가야 한다"며 "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로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을 높여 향후 경쟁력의 초석을 다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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