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과의 합병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기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회사에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을 행사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데다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할 경우 자칫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양사 주식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은 잇따라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주식매수청구에 나설 태세다. 합병 조건에 따르면 합병에 반대하는 두 회사 주주들의 매수청구 총 규모가 2000억원을 넘을 경우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호남석유와 케이피케미칼의 주식매수청구가는 각각 9만3883원과 8264원. 이에 비해 현 주가(29일 종가)는 8만2000원과 685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보다 각각 14.5%와 20.6% 낮게 형성되어 있다.
우리자산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등 현재까지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11개 기관들의 호남석유 주식수는 130만여주. 이들이 모두 주식매수청구를 할 경우 회사측은 1300억여원을 들여 이 주식들을 사줘야 한다.
다른 기관 및 소액주주와 케이피케미칼 주주들의 매수청구까지 더해질 경우 총 매수청구금액은 2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주식매수청구 기간은 11월12일까지다.
합병에 대한 이상기류는 정범식 호남석화 사장에게서도 흘러나왔다. 정 사장은 지난 28일 '화학산업의 날' 행사서 기자와 만나 "(호남석호와 케이피케미칼간) 합병의지는 확고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합병을) 일부로 무리해서 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또 "호남석화나 케이피케미칼의 주식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의 이같은 발언 '합병 연기'를 염두한 것. 그동안 기존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폭주에도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합병을 성사시킨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커지면서 기업가치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석화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정 사장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를 보고받고 상당한 충격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호남석화 안팎에서도 무리하게 합병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호남석화와 케이피케미칼간 합병이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가를 회복시키기 위한 자사주 매입 등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치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매수청구 기간 종료가 얼마 안 남았는데도 경영진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뚜렷한 방안을 못 내놓고 있다"며 합병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호남석화는 NCC공장 증설도 검토 중이다. 정 사장은 "NCC공장 증설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면서 "증설 규모는 20만t 가량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호남석화가 추진하고 있는 카타르 프로젝트는 여전히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사장은 카타르 프로젝트와 관련해 "우리(호남석화)는 빨리 하고 싶은데 카타르 파트너 측이 자금 조달 등 여러 문제로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11월 카타르측 인사들과 정기모임을 갖는데 거기서 다시한번 의견조율을 해 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정 사장은 또 내년도 석유화학 경기에 대해 "확답을 하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올해 경기가 나쁘다고 했지만 결국은 잘 됐다. (중동 등의 물량이 늘었지만) 미국·유럽의 석유화학공장들이 문을 닫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