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IT업계, 불황의 끝이 안보인다

입력 2009-10-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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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수주 만연, 낮은 SW가격으로 경쟁력 잃어...인수설·유동성 위기설 돌아

대기업을 중심으로 3분기 어닝시즌이 점쳐지고 있지만 국내 IT업계는 여전히 불황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소수의 대형 IT서비스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IT업체들이 인수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업종 변경을 시도하는 곳마저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고질적인 저가수주, 소프트웨어 가격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 풍토, 불공정 하도급거래의 만연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로 인해 영세한 기업들만 수두룩해지면서 불황을 이겨낼 체력을 지닌 대형 IT기업이 나타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내부에서도 이번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IT업계의 체질변화가 시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이 주장은 ‘지금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온실 속 화초’

한때 업계 4위까지 위치했던 포스데이타는 지난 16일 포스콘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와이브로 사업의 부진이 직격탄이었다. 2008년말 기준으로 와이브로 개발비만 453억원을 손해봤다. 와이브로 인력도 대부분 내보낸 상태다.

여기에 오는 2010년까지 900억원을 투입해 판교 테크노밸리에 신사옥을 건립한 것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건축비 조달을 위해 단기차입금을 늘리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현대정보기술 역시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곳 중 하나다. 과거 현대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업계 2위에 자리했던 현대정보기술이지만 현대그룹에서 분리 매각되면서 매출 규모가 크게 축소된 상태다. 특히 범현대가로의 인수설은 단골 메뉴 중의 하나다.

쌍용정보통신은 지난 13일 금융기관으로부터 5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들여왔다. 업계에서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해 프로젝트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쌍용정보통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과거 든든했던 모그룹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몸집이 줄었다는 것이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IT서비스 업체들이 그룹사의 지원 속에 커온 ‘온실 속 화초’나 마찬가지”라며 “경쟁구도가 허락되는 공공과 금융IT시장마저 ‘빅3’가 독점하다시피 하니 중소IT서비스 업체들은 불황을 견디기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SW 불법복제 앞장서는 정부

20년 가까이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상징적 역할을 해왔던 핸디소프트는 최대주주의 변동 이후 업종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월 최대주주가 된 오리엔탈리소스는 솔루션 판매업체인 핸디데이타를 계열 분리한데 이어, 최근에는 광산업, 주택건설, 분양업, 바이오산업 진출 등을 추진 중이다.

핸디소프트 관계자는 “SW를 주력으로 삼는다는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회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업종 다양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비상장회사(오리엔탈리소스)가 상장회사(핸디소프트)를 인수한 후, 업종 변경을 시도한 경우가 상당수라는 지적이다.

국내 SW업체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티맥스소프트는 여전히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지난 5월 박대연 회장이 이 같은 위기설을 전면 반박하며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6월에 발표한다던 500억 자금 조달 계획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SW업체 대표는 “티맥스소프트와 핸디소프트의 최근 행보는 국내SW업계가 얼마나 영세한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SW가격을 후려치고 불법 복제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사례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전 국감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내 공공기관과 정부부처도 SW를 불법복제해서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며 “닌텐도 같은 기업이 왜 안 나오느냐고 대통령이 다그치는 것은 이런 현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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