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 개혁의 방향

입력 2009-07-29 08:22 수정 2009-08-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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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금융의 본질적 기능이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풀자면 돈(金)을 융통(融)해주는 것이며, 이를 좀 길게 설명하자면 경제내에서 자금의 공급자로 부터 자금의 수요자에게로 가장 효율적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실물부문에 자금조달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1차적 기능으로 영위하는 회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제가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금융회사는 위험관리에 있어서 점차로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즉 위험을 전가하고자 하는 (주로 실물부문) 경제주체의 요구에 부응해 위험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고, 대신 위험을 부담하는 기능이 금융회사 비즈니스의 또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데 이외에 최근 10여년의 기간 동안 금융회사들은 실물부문에 대한 서비스 외에 자기거래, PI 등“돈이 돈을 버는” 비즈니스의 비중을 크게 늘려 왔으며, 상당수의 대형 금융회사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이 비즈니스에서의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였다.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많은 의구심이 제기되고, 금융회사 및 금융시장 규제의 개혁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베어스턴스, 레만브러더스 등 세계적 투자은행(IB)의 실패와 몰락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 투자은행이 실패한 것이 이들이 영위하고 있던 비즈니스 자체의 결함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들이 실패한 것은 수익을 추구함에 있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위험관리가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회사의 이러한 행태에 대한 적절한 규제의 부재 및 감독이 실패가 더해져서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금융위기로 연결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G-20 및 미국, 영국 등 각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안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강화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반복하거니와 금융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기능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번 위기를 통하여 드러난 금융회사의 문제는 비즈니스 자체가 아니라 과도함(excess)에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금융규제의 개혁이 취해야 할 방향,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금융규제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과 금융규제를 정비함에 있어서는 주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들 외국과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특성을 주의깊게 고려하여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투자은행의 경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투자은행들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한 자기거래, PI 부문의 지나친 팽창 및 그에 따른 과도한 위험부담이 문제였지만, 우리나라 증권회사의 상황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의 실물경제는 소규모개방경제라는 특성상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따라서 위험의 헤지 수요가 매우 큰 반면, 이 위험을 부담하고 헤지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는 매우 취약하다.

그리고 이 비즈니스는 투자은행, 혹은 증권회사가 가장 핵심적으로 담당하여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증권회사에 대하여 글로벌 투자은행과 동일한 규제강화 논리가 적용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금융위기의 발생 이후 CDO와 같은 증권화, CDS와 같은 장외파생상품, 그리고 전술한 바와 같은 금융회사의 모험적 행태 등이 위기를 발생시킨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 금융혁신이 경제에 가져온 수많은 편익들이 잊혀지고 무시되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금융규제 개혁의 방향은 금융에서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부작용과 과도함을 억제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선진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향후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조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혁신 수준은 과도함을 걱정해야 할 정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며, 따라서 그 가능성을 줄이고 조이는 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

자본시장법은 우리나라의 금융, 특히 자본시장에서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정비를 논의함에 있어서 이 제정 취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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