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잇딴 투자 발표는 정부 눈치보기 '쇼'

입력 2009-07-21 14:51 수정 2009-07-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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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투자도 세제 혜택받는 신성장동력 및 R&D에 집중...정부-기업 '동상이몽'

최근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하반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상반기 저조했던 투자계획에서 크게 바뀐 것이 없어 정부의 강력한 투자 주문에 대한 '눈치보기용 투자'발표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신규 투자도 신성장동력 및 R&D에 집중돼 있어 정부가 최근 발표한 법인세 감면 혜택의 실익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아 정부와 기업이 투자에 '동상이몽'의 현격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5.4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녹색경영 선포식 장면. 이같은 투자가 이뤄지면 삼성전자는 최대 6200억원의 법인세 감면혜택을 보게 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녹색경영 추진을 위한 연구개발(R&D)과 녹색사업장 구축에 2013년까지 각각 3조1000억원과 2조3000억원 등 모두 5조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앞으로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올 초 투자계획에 비해 약 8.8% 늘어난 12조3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계열사별로 LG디스플레이가 파주 8세대 LCD라인을 증설하는데 3조2700억원을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화학도 최근 LCD의 핵심부품 소재인 유리기판 사업에 2012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신성장동력 발굴 및 자원개발 등 분야에 3조원을 투자했으며 하반기에는 최소한 상반기 규모를 상회하는 투자를 할 계획인데,특히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기술과 IPTV 등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 대한 R&D에 1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총 2조4000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 강화 및 수소연료전지차의 실용화를 앞당긴다는 구상이고, 한화그룹도 올해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12% 늘어난 1조8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2011년까지 모두 4조7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시작한 1조2000억원 규모의 군산조선소 투자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고, 중견기업인 KCC그룹도 태양광·발광다이오드(LED)·유기소재 분야에 2013년까지 2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주요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계획 발표에 재계는 일단 긍정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상반기 재정지출 확대와 고환율 효과로 기업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이 투자확대의 배경”이라며“경기 호응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미래 먹을거리를 찾으려는 R&D 투자가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에서도 투자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엿보인다. 전경련이 21일 발표한 600대 기업 자금사정 실태조사 결과, 기업들은 장기(1년 이상) 자금의 경우 설비투자(34.8%)가 최대 수요처로 나타나 향후 기업 투자 및 투자자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투자계획 발표를 투자활성화의 시그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주선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잘못 투자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대기업이 호황을 기대해서 투자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내용으로 볼 때 정부의 노력에 호응하는 부분을 포함해서 광범위하게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진단은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신호가 없고, 수요회복의 징후도 없는 상태에서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데 기인한다.

오히려 동유럽을 시발로 한 유럽의 금융위기설이 꾸준히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 4분기가 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마당에 기업들이 생존을 담보로 한 투자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GDP 성장률 전망 2%를 그대로 유지하고 출구플랜을 유보하고 있는 것은 기업투자가 단시일 내에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R&D에 집중돼 있는 것에 주목하면서 정부의 세제지원 혜택 방침에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앞서 16일 정부는 내년부터 신성장동력 산업 관련 R&D비용의 20%를 법인세에서 깎아준다는 방침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녹색경영 및 바이오시밀러 R&D에 향후 5년 안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장의 경우 산술적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 최대 7200억원 상당의 법인세 감면을 받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R&D투자는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어차피 투자해야 하는 것인데, 정부에서 세제혜택 방침을 확정하면서 ‘손해 볼 일 없는 장사’라는 계산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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