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2월부터 배터리 안전성을 직접 사전 인증하고, 배터리의 전 주기 이력을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정부가 인증한 안전한 배터리를 제작부터 판매, 운행, 폐차까지 관리함으로써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한편,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ㆍ재활용 시장의 개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11일부터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와 ‘이력관리제’ 도입을 위한 하위 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간 제작사가 자체 기준에 따라 스스로 안전성을 인증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직접 안전성을 검증하고, 배터리에 식별번호를 부여해 제작부터 전 주기 이력을 관리하는 게 골자다.
제도 도입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안전이 보증된 배터리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배터리에서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는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 세계에서 폐차되는 전기차가 2030년 411만 대, 2050년에는 4227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폐차된 전기차에서 빼낸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은 2030년 70조 원, 2050년에는 600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 방식은 폐배터리를 물리적으로 분해해 리튬, 니켈 등의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성능이 떨어진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재사용, 부품 교체 등을 통해 성능을 복원하는 것은 재제조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기술력에서는 앞서지만 배터리 핵심광물이 거의 매장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사용 후 배터리에서 블랙매스를 추출하는 전처리 설비는 120만 톤(t), 블랙매스에서 광물 등 원료를 추출하는 후처리 설비는 125만 톤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폐배터리와 스크랩 발생량은 44만 톤에 불과해 안전 이력이 관리된 사용 후 배터리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1년 1월 1일 이후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는 정부에 반납할 의무가 없어 체계적인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정부는 내년 재생원료 인증제를, 2027년에는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를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