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탈이 커지는 가운데 연초부터 국내 금융펀드에 꾸준히 투자했다면 35%가 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 성공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침해가 전망되면서 금융주에 대한 수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일 기준 국내 총 46개 테마별 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 1위는 37.56%인 금융펀드(국내)가 차지했다. 최근 1년 수익률로 넓히면 49.54%까지 뛰어오르며, 최근 6개월로 기간을 좁혀봐도 수익률은 14.44%로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15.30%) 다음으로 높다.
최근 미국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펀드에 투자했더라면 동일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수수료와 환율 변동 위험도 피할 수 있었다. 국내 금융펀드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KB금융을 비롯한 금융주들이 빠지면서 논란을 빚었던 지난 9월에도 12%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금융펀드는 미래에셋, KB, 삼성자산운용의 6개 펀드로 구성돼 있다. 개별 펀드 수익률에서는 KB자산운용의 KBRISE200금융증권상장지수 펀드의 수익률이 51.54%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미래에셋TIGER은행증권 펀드(51.11%)였다.
국내 금융주들의 질주는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높았던 시장 기대와 달리 밸류업 지수 내에 은행주는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2개에 불과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금융, 증권주에 대한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투자자가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금융주는 삼성생명으로 8070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이어서 우리금융지주(7060억 원), KB금융(5130억 원), DB손해보험(990억 원) 등이다. 금융주 내에서도 보험, 증권주들을 쓸어담은 것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대형 금융주가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 대표성 등 기준에 부합하는 가운데 비교적 자기자본수익률(ROE)가 높은 보험, 증권주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은 국내 금융주에 더욱 우호적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향후 정책 방향이 블록체인, 핀테크 산업 규제 완화로 흘러가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과 강달러 추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