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1기의 무역정책 변화의 핵심은 국가 안보와 무역을 결합한 것이다. 트럼프는 국가 안보와 무역의 결합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국가 안보를 위해 수출통제, 수입제한, 경제제재, 투자심사와 같은 무역 행동이 정당화되었고, 이러한 무역 행동의 사용 횟수와 범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보호주의 정책은 오랫동안 유지돼오던 자유무역 관행에서 급진적으로 벗어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정책은 미국의 국가 및 안보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다. 트럼프의 특이한 무역 잣대는 미국의 무역정책을 재설계했고, 이는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1기 무역정책 중 눈여겨 볼 다른 점은 무역수지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다. 트럼프는 상대국과의 무역수지를 미국이 무역에서 이익을 얻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로 보았다. 그래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국가는 부적절한 무역관행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트럼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합법적인 무역도구로 관세를 부활시켰다.
2017년 집권 당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는 3.1%였다. 미 당국은 4차례에 걸쳐 관세를 인상했고, 이 수치는 2년 만에 21%로 치솟았다. 2020년 3월에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이후 관세는 19.3%로 소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던 관세를 8%에서 21.3%까지 올렸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비판가를 자처하고 있다. 중국제품에 60%의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의 최혜국 지위를 박탈할 예정이다. 중국산 필수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미국 부동산 매입도 금지한다. 협상가인 트럼프는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이러한 조치들을 이용한다. 하지만 집권 1기에 있었던 유사한 시도는 제한적인 성공만 거두었고 보복을 불러왔다.
한편 트럼프가 당선되면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무역 상대국들도 새로운 관세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다양한 법적 권한을 사용하여 이 정책을 실행할 예정이다. 관세 무기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임으로써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개선하려 한다.
‘관세는 지금까지 발명된 것 중 가장 위대하다.’ 이 말은 트럼프가 미시간주 유세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가 이처럼 관세에 대해 거의 맹목적인 신념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참모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영향이 크다. 그는 트럼프 1기에 단행됐던 수입산 철강에 대한 양적 제한과 관세부과의 설계자였다. 그는 관세와 같은 수입제한 조치들이 트럼프 2기의 주요 무역 도구라고 믿고 있다.
대부분의 트럼프 1기 관료들과 달리,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공직에 남았고, 퇴임 후에도 트럼프와 견고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 내각에서 재무부 장관과 같은 더 넓은 경제정책을 담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트럼프 2기 무역정책은 집권 1기 공약에 대한 평가와 재검토에서 시작한다. 즉 1기에서 기반을 다진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 정책을 지속하고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의 정책방향 변화는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추진력을 얻은 항공모함은 빠르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많은 국가가 아직 트럼프 1기의 충격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가운데 트럼프 2기 전망은 훨씬 더 암울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의 관세가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7년 트럼프 취임 당시 연간 상품 무역적자는 약 7,350억 달러였다. 적자를 줄이기 위한 수많은 관세와 무역전쟁 끝에 그가 떠났을 때 적자 규모는 9,010억 달러로 오히려 증가했다. 트럼프 무역정책의 많은 부분을 이어받은 바이든 정부에서 적자 규모는 1조 달러를 훌쩍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