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으로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11년 만에 국무총리 대독으로 치러진 데 대해 “고집불통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틀어박혔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가) 설득력 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라고 방어했지만,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이) 국회를 패싱하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아쉽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4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총리가 시정연설을 대독한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계속되는 대통령의 국회 무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열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연속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지만 올해는 한덕수 국무총리 대독으로 진행됐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1년 동안 이어져 온 대통령의 시정연설 관례가 깨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올해 8월 제22대 국회 개원식에도 오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국회 무시 행태를 강력 규탄한다”라면서 “이렇게 국민을 업신여기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권을 유지할 생각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날’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민은 지금 윤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묻고 계신다. 저도 묻는다”라면서 “민주당은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선택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예고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무엇이 두려워 국회에 나서지 않았냐”라면서 “더 이상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윤 원내대변인은 “취임 이후 거부권 남발로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더니 이젠 대놓고 국민과 싸우겠다며 구중궁궐에 틀어박힌 대통령의 고집불통에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실은 ‘여야 대치가 극심한 가운데 시정연설이 정쟁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불참 이유를) 강변했다”라면서 “김 여사의 공천개입, 국정농단 의혹이 정쟁이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뻔뻔하게 억지를 부리는 용산의 행태가 참으로 한심하다”고 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내년 정부 살림살이를 설명하는 자리도 내팽개쳤다”라면서 “공무에 대한 태도는 물론, 행정부 수장으로 국회를 응대하는 데 최소한의 품위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대통령의 행태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황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내용도 문제 삼았다. 그는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은 정권이 처한 실태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희망차고 빛나는 국정’을 묘사하고 있다”라면서 “경제영토 확장, 성장동력 회복, 새로운 도약, 눈부신 성과 등 진부한 수사는 둘째 치고, 이 정도면 ‘정신승리’를 넘어 나치식 ‘정신개조’가 이뤄진 듯하다”고 쏘아붙였다.
반면 여당은 “대내외적인 위기요인과 민생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정쟁을 중단하고 예산 심의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한 총리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라면서 “설득력 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국가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차분히 준비해야 할 과제들을 예산안에 차곡히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사회 각계각층과 함께 힘있게 추진해 온 4대 개혁과제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완수돼야 한다는 당위와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 “다시 국회의 시간”이라며 “예산은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생존전략인 만큼, 민주당은 이제 그만 정쟁을 거두고 민생 중심의 예산 심의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친한(친한동훈)계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들게 송구하다. 대통령께서는 오늘 시정연설에 나오셔야 했다”라며 “지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이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