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딥바이오‧노을‧루닛‧베르티스 등
해외와 달리 국내는 제도와 지원 미흡
현미경으로 환자의 암 조직이나 세포를 관찰해 병을 진단하던 시대가 지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디지털로 판독하는 디지털 병리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에선 이미 의료기관들이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병리가 신산업이고, 제도가 미흡해 시장 진입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5일 포츈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병리 시장은 2023년 10억20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에서 연평균 12.7% 성장해 2032년까지 38억6000만 달러(약 5조3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디지털 병리는 기존의 현미경 이미지를 디지털 영역으로 업로드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스캐너를 이용해 병리학적 슬라이스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AI 등을 활용해 이미지를 병리학적 진단에 사용한다. 기존 아날로그 병리보다 검사 정확도‧속도‧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업무의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다. 데이터의 디지털화로 공유가 쉬워 의료의 질도 향상시킨다.
국내에선 딥바이오, 노을, 루닛, 베르티스 등의 기업이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구축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딥바이오는 전립선암 AI 분석 알고리즘 딥디엑스 프로스테이트(DeepDx Prostate)를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조직 검사를 통해 얻은 고해상 영상을 분석해 암종 식별‧중증도 등급 분류‧종양 및 조직 측정 등의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시한 70만 건 이상의 조직검사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검증하는 등 99%의 민감도와 97%의 특이도를 입증했다.
노을은 AI 진단기기 마이랩 플랫폼(miLab Platform)으로 말라리아, 혈액진단, 자궁경부암을 진단한다. 이 플랫폼은 자동화된 슬라이드 프렙, 통합된 디지털 이미징이 가능한 장비다. 3개 검사에 맞는 세포 또는 혈액을 채취해 카트리지에 담아 마이랩에 넣으면 AI가 분석한다. 대형 장비나 실험실이 없는 환경에서도 혈액과 조직 세포 분야의 진단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한다.
루닛은 암 치료 관련 이미지 처리 바이오마커 솔루션 루닛스코프가 있다. 세부적으로 의사의 조직 병리 슬라이드 판독을 보조해 바이오마커의 발현율을 정량화하는 제품군과 새로운 이미징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면역항암제의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제품군이 있다. 베르티스는 병리 이미지 분석을 통한 AI 알고리즘 개발과 학습 등의 연구를 하고 진행 중이다.
암 진단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디지털 병리지만 데이터 접근성, 환자 정보보호, 상호 호환 및 파일 형식의 규격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업계에서는 의료급여를 통한 가치 보상이 어려운 구조로 보편화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병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한창이다. 미국은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디지털 병리 보험 코드를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AI 및 디지털 병리 관련 규제로 데이터 보호와 규제 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디지털 병리학 관련 연구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도 디지털 병리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국가적 차원에서 디지털 병리학 분야의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자금 조달이나 디지털 병리 도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디지털 병리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는 미국처럼 디지털 병리와 관련된 별도의 보험코드가 제정되지 않아 디지털 병리학의 의료접근성을 저해하고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디지털 병리 서비스 제공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며 “디지털 병리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초기 병리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설치 및 유지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