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당론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와중에 당 내에서 ‘보완 후 시행’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11명은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기본 공제액과 이월 공제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재위 야당 측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호 의원이 28일 대표발의했다. 15명의 기재위 야당 위원 중 김태년·안도걸·진성준·황명선 의원을 제외한 11명의 위원들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재위는 추후 금투세 관련 법안 심사를 진행하는 핵심 상임위다.
개정안에는 내년 금투세 시행은 그대로 진행하되 기본 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이월 공제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2배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금융투자소득세 납부방식을 해외주식 양도소득과 같이 확정신고로 일원화했다.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에 대해선 기본공제대상자의 소득 요건 중 소득금액 합계액을 계산할 때 금융투자소득을 합산하지 않도록 했다.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의 양도·금융투자소득이 1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본공제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정 의원실 측은 이날 본지에 “기재위 소위에선 세법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세법 전체를 담는 차원에서 발의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금투세 폐지의 경우엔 정부안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그대로 시행될 경우) 보완하는 안을 종합한 법안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추후 법안을 병합심사하고 논의하는 과정에 법안이 없으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금투세 시행을 두 달 앞두고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시행·유예·폐지 카드를 손에 쥔 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예 혹은 폐지 기조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내부에서 ‘그대로 시행’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도부가 숙고하는 모습이다.
앞서 진 의장은 23일에도 페이스북에 “금투세는 후진적인 우리 금융 세제를 선진화하고 소액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이제 개미투자자를 그만 팔아먹으라”며 내년 시행을 재차 주장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도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하되 1년 이상 주식 장기보유자에 혜택을 주는 등 제도를 일부 보완한 법안을 30일 발의했다. 그러면서 “유예는 민주당의 자책골이 될 것”이라고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마찬가지로 기재위 소속인 차규근 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법·소득세법 개정안에는 1년 이상 보유 주식을 양도해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금투세를 감면해주고,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금투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투세 공제 한도인 5000만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득에 대한 과세 방식은 자진신고와 원천징수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금투세 관련 법안은 정부안을 포함해 총 16개다. 금투세 폐지를 담은 법안은 4개, 보완시행은 12개다. 이들 법안은 11월 예산국회에서 병합심사가 이뤄져 일부는 수정되거나 대안반영폐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