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기관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권익위는 31일 "악성 민원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던 울산광역시 모 구청에 악성 민원인에 대한 기관 차원의 고발, 소속 공무원에 대한 심리 지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라고 의견 표명했다"고 밝혔다.
울산시 행정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 공무원 A씨는 5월 "그동안 많은 악성 민원으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지 않는 조직 문화에 환멸을 느껴 의원면직을 앞두고 있다"며 "기관 차원에서 소속 공무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A씨와 동료 직원이 진술한 주요 악성 민원 사례에 따르면 A씨가 복지 업무 목적으로 가정에 혼자 방문했을 때 남성 노인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조직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보호, 보상,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민원인이 칼을 들고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일도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 공무원인 B씨는 50대 남성이 수개월간 매일 주민센터를 찾아 종일 응시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소속 기관으로부터 아무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권익위 조사결과, 해당 구청은 2021년에 '민원업무 담당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민원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심리‧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었다. 또한 2024년 1월부터는 ‘악성민원 대응 전담 대응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악성 민원인에 대한 기관 차원의 고발이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심리상담 등 지원이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결국 권익위 조사 진행 중에 의원면직했다.
권익위는 기관 차원에서 악성 민원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조례에서 명시한 보호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한편 7월 공개한 권익위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에 올해 3월 기준 총 2784명의 악성민원인이 상습‧반복, 위법행위 등과 같은 악성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형별로 보면 업무 담당자 개인 전화로 수백 통의 문자를 발송하는 등 상습·반복적으로 담당자를 괴롭히는 유형이 48%(1340명)를 차지했고, 살해 협박이나 책상을 집어 던지는 등의 폭언·폭행 유형이 40%(1113명)를 차지했다.
담당 공무원 실명공개 후 주변에 항의 전화를 독려하거나 신상공개 후 '좌표찍기'를 하는 유형도 6%(182명)로 나타났고, 민원 처리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과도하게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비이성적 주장을 하는 유형도 있었다.
조덕현 권익위 고충민원심의관은 "기관 차원에서 악성 민원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소속기관이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악성 민원으로부터 고통받는 공무원은 권익위에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