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활용한 혁신 서비스 가속도
콜센터민원처리 등 AI 활용
영업점 자동화 업무시간 단축
국내 금융사들이 올해 인공지능(AI) 투자에 역대급 돈을 썼다.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자 AI를 활용한 금융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소프트웨어·시스템개발비 등 무형자산 투자금액은 1조4151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2897억 원) 대비 9.73% 증가했다. 역대 최대 금액이다.
금융사의 무형자산은 신규 전산 서비스 등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된 비용으로 대부분 컴퓨터소프트웨어와 시스템개발비로 구성됐다. 금융사들이 빅데이터, AI 등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관련 부분 투자를 늘린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354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3276억 원, 3150억 원 등으로 3000억 원대 이상을 쏟아부었다. KB국민은행은 2382억 원, 우리은행 1803억 원이었다.
금융사의 AI 투자는 지속할 전망이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 분야 AI 시장 규모는 2019년 3000억 원에서 2021년 6000억 원으로 두 배 확대됐다. 신정원은 연평균 38.2%씩 성장해 2026년 3조2000억 원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AI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혁신 사례도 늘어나는추세다. 신용평가와 자산관리는 물론이 내부통제 관리까지 분야도 광범위하다.
시중은행들은 콜센터민원처리, 신용평가 신용대출, 자산관리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이상거래탐지리스크 모니터링시스템 등에 AI를 활용한다. 중금리 대출 개척, 우량차주 발굴, 신용평가 정확도 개선 등에도 쓰인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AI 도입을 통해 영업점 업무의 80%를 자동화해 업무시간의 64%를 단축했다. 업무 지원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운용 비용 절감도 이뤄냈다.
카드업계도 AI 활용에 적극적이다. 최근 신한·KB국민·NH농협카드 등 카드사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소비행동 정보 컨소시엄’ 참여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카드사의 고객 데이터와 KCB의 기존 신용정보를 결합해 AI,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대출 심사, 금리 결정, 신용카드 발급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금융당국도 AI 중심의 디지털 금융혁신 지원에 나섰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는 ‘금융 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 발표했다. 연말까지 금융사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쓸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범위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말부터 국내 금융사는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홍동숙 신정원 선임조사역은 “금융권은 운용비용 절감 등을 위해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금융서비스의 안전성과 공정성 확보를 통한 사회적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