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의 조기총선 실패로 엔화 추가 약세 기대감이 강화되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과거 엔-원 환율 하락 국면에 코스피지수 대비 닛케이225 지수의 상대강도가 크게 웃돌았다는 점에서다. 달러-엔 환율이 재차 160엔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
29일 iM증권은 "엔화 약세 폭에 따른 일본 증시 랠리 재개와 엔-원 환율의 급락은 국내 경기와 증시에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밖에 엔화와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미 대선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달러화 강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일본 내 정치 혼란에 따른 각종 부양정책 피봇 지연은 엔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조기 총선의 승부수를 던졌지만 15년 만에 자민·공민 연립정부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가 참패함으로써 당분간 아베노믹스 정책기조가 지속은 물론 재정부양책은 한층 강화될 여지가 커졌다.
이는 엔화 추가 약세가 나타날 기대감을 강화한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경기부양 차원에서 기존 부양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엔화는 재차 약세 흐름으로 전환했고, 이후 총선을 앞두고 총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화 약세 폭이 확대됐다.
총선 이후 추가 엔화 약세를 예상하는 이유로 우선 이시바 총리의 조기 퇴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시바 총리 조기 퇴진 시 일본은행의 긴축기조 전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조기 퇴진을 하지 않더라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이전까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재정정책 강화를 통해 경기부양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에 이은 중국 통화부양책과 재정 부양책 추진 현실화 그리고 일본마저 부양기조에 동참한다면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피봇 지연과 더불어 일본 정부의 추가 부양정책은 글로벌 유동성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보다 오히려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 가능성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기여할 여지가 크다"라며 "가뜩이나 재정이 취약한 일본 정부입장에서 추가 재정부양책은 엔화 약세 심리를 자극하고 일본은행 입장에서도 정부의 경기부양책 추진에 맞서 서둘러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