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한 것과 관련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확인됐고 향후 정부의 재정 운용과 외환시장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26일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내놓은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효과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WGBI 편입으로 △외국인투자 증가에 따른 금리 안정 △투자자 저변 확대 △외환 수급 개선 등이 기대된다.
우선 향후 국고채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WGBI 추종 자금 유입은 국채시장 수급과 금리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외국인의 중장기물 투자가 확대되면서 수익률 곡선 전반의 기간 프리미엄 축소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정부 예산안 기준 내년 국고채 총발행액은 201조3000억 원이다. 이 중 만기 차환 등을 제외한 순발행 규모는 83조7000억 원이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WGBI 편입으로 예상되는 투자자금 유입액은 연간 국고채 순발행 규모에 달하는 만큼 시장 수급 안정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WGBI 추종 자금 유입으로 외국인의 중장기물 투자도 확대되면서 수익률 곡선 전반에 걸쳐 기간 프리미엄 축소에 이바지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WGBI 편입으로 투자자 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채권지수를 추종하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의 시장 참여가 증가하면서 국제기구와 중앙은행 등 해외 공공부문의 비중이 높은 국고채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저변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WGBI 편입으로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해외 민간투자자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지수 편입 효과 외에도 ICSD 연계와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 각종 개혁 조치로 시장 접근성이 개선된 만큼 향후 신규 투자자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WGBI 추종 자금은 대부분 패시브 성격인 만큼 장기 성향의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국제금융센터는 내다봤다.
외환 수급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금융센터는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환시장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주로 환헷지를 동반하는 외국인 채권자금 특성상 직접적인 원화 매수 수요보다는 외화자금시장의 수급 개선 효과가 더 클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권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WGBI 편입으로 한국의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확인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향후 정부의 재정 운용과 외환시장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피드백 반영을 통한 신뢰 유지에 주력하고 국고채 시장의 외국인 비중 확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스라엘, 중국 등 2019년 이후 편입된 국가 대부분 WGBI 편입과 함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2019년 9월 편입이 확정돼 2020년 4월부터 일시에 편입됐다. 외국인의 이스라엘 국채 보유비중은 WGBI 편입 전 5.3%에서 지난해 6월에는 15.0%까지 확대됐다. 다만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면서 외국인 채권자금이 큰 폭으로 유출됐다.
중국은 2021년 3월 WGBI 편입이 최종 확정돼 2021년 11월부터 이달까지 점진적으로 지수에 편입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대미 금리차 역전과 위안화 약세,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외국인 채권자금이 오히려 대규모 유출됐다.
WGBI 편입 시 중국 비중은 5.25%로 약 1300억 달러(약 8500억 위안)의 추종 자금 유입이 예상됐다. 그러나 편입 초기 채권자금 유입이 확대된 후 2022년 초부터 대규모 유출세로 전환해 2021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외국인의 중국 국채보유 잔액은 599억 위안 감소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WGBI 편입에 따른 추종 자금 유입이 불리한 외부환경 속에서 자금유출 압력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