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 9.7%↑…서민경제 부담에 주택용·소상공인은 동결 [종합 2보]

입력 2024-10-23 12:16 수정 2024-10-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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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한전,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
산업용 고객, 전체 1.7% 수준이지만 전력 사용량은 53.2% 차지
대용량 고객은 10.2%·중소기업은 5.2% 인상
연간 4조7000억 원 추가 전기판매 수익 기대
가정용 전기요금 지난해 5월 인상 이후 1년 5개월째 동결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노승길 기자)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노승길 기자)

24일부터 기업이 부담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9.7% 인상된다. 주택용과 소상공인 등 전기요금은 서민 경제 부담 등을 고려해 동결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1월 인상 이후 처음이며,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인상 이후 1년 5개월째 동결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조정에 대해 그간 누적된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하되, 물가와 서민에 미치는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서민경제 부담 등을 고려해 주택용·일반용 등은 동결했으며, 산업용 고객에 한정해 평균 9.7%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요금 기준으로는 16.1원이 오른다.

산업용 고객은 약 44만 호로 전체 고객의 1.7%를 차지하지만, 전력 사용량은 53.2%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산업용 고객 가운데 300kW(킬로와트) 이상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은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16.9원) 인상하고,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300kW 미만 산업용(갑)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8.5원) 올린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을) 고객은 약 4만1000호로 전체 2512만9000호의 0.1% 수준이며, 전력사용량은 263TWh(테라와트시)로 총 전력사용량 546TWh의 48.1%를 차지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그래픽 (연합뉴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그래픽 (연합뉴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체 요금을 5%가량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추가 전기 판매 수익이 연간 단위로 약 4조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았던 2021∼2023년 한전이 원가 이하로 밑지면서 전기를 팔아 43조 원대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재무위기를 맞았다.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kWh당 45.3원 올랐지만, 재무 위기를 해소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900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4400억 원가량 늘었다.

한전은 국제 연료가격 폭등 등의 영향으로 2022년 이후 6차례 요금 인상과 고강도 자구노력에도 2021∼24년 상반기 누적적자는 연결기준 약 41조 원, 올해 상반기 부채는 약 203조 원에 달해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규모 적자로 차입금이 급증해 지난해 기준 하루 이자 비용만 약 122억 원이 발생했다.

여기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전력망 확충과 정전·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설비 유지·보수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또한, 효율적 에너지소비 유도와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서도 요금 조정을 통한 가격신호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정부는 대기업에 주로 해당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기로 한 것에 대해 내수 침체 장기화 속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상대적으로 부담 여력이 많다고 판단한 수출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올렸다"라며 "올해 들어 수출이 계속 좋았던 상황이고, 전반적 산업생산지수도 제조업 부문이 우수해 부담 여력 있는 데서 부담하는 게 전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좋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우 사태 때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을 한전이 떠맡았던 것인데 그때 대기업과 국민경제가 빚진 것을 (수출 대기업이) 환원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 요인을 반영하며 최근 수년간 일반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졌지만, 주택용을 중심으로 국내 전기요금 수준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다.

산업용과 일반용과 달리 주택용과 농사용 등 일부 용도 전기는 여전히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의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의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은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3배 수준이다.

김 사장은 "누적적자 해소와 전력망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다"라며 "이번 요금 조정을 기반으로 국민께 약속한 자구노력을 철저히 이행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전력망 건설에 매진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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