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율 인하를 두고 운영사와 자영업자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출범한 상생협의체가 표류하고 있다.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업체 단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근 3개월여 이어진 상생협의체가 뚜렷한 결론 없이 빈손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상생협의체는 입점업체들의 배달 플랫폼 이용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이 높다는 인식하에 7월 말 발족했다. 숱한 진통 속에 최근에는 수수료 인하 방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업점업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양자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14일 열린 상생협의체에서 배달의민족(배민)은 차등수수료를 핵심으로 한 상생안을 들고 나왔다. 매출 상위 60%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은 9.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상위 60~80%에는 4.9~6.8%, 상위 80~100%에는 2%를 각각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3위 사업자인 요기요는 매출 하위 점주들의 수수료 일부를 포인트로 다시 지급해 광고비 등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무료배달 경쟁을 촉발한 쿠팡이츠는 수수료 인하와 관련한 상생안은 배제하고 배민처럼 ‘가게배달’을 도입한다는 입장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점업체 단체들은 상한 수수료율 9.8%를 5%까지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상생협의체가 파행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기에는 수수료율 격차가 커서다.
이에 23일 예정된 8차 상생협의체가 내놓을 결과에 시선이 집중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상생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인 만큼 막바지 회의가 될 가능성이 커서다. 이날 결과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에서 ‘입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수수료를 두고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경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상생협의체에서 내놓은 방안이 사회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는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등 추가적 방안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 역시 자영업자들의 배달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달 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치권도 한 팔 거드는 형국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배달 플랫폼이 상생협의체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는다면 수수료 상한제와 우대수수료 도입 등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가 국내 배달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입장 차가 다르다 보니 적정 수준의 상생안을 도출하는 것이 지난한 것은 사실이다. 배민은 수천억 원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아직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들 간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 전후 배달 플랫폼 업체 간 불거진 ‘네 탓 공방’을 거듭하다간 정부와 정치권 규제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입점업체 단체도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것도 매한가지지만 현재보다 조금 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배달료 부담이 과거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작금의 자영업자 위기를 모두 배달 수수료율 때문으로 몰고 가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기간을 비롯해 그간 배달 플랫폼을 통해 누린 혜택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배달 플랫폼과 임점업체가 서로의 입장만 고수해서는 양측 모두 손에 쥘 수 있는 아무것은 없다. 이들 모두 ‘상생’을 새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