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80분 면담...'3대 요구안' 언급했지만 빈손 회동으로[종합]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면담은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사실상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81분간의 면담에서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3대 요구안을 직접 건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요청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은 없다"고 했고, 여당 역시 "대통령 말씀을 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면담 후 이뤄진 박정하 국민의힘 비서실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면담에서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대외활동 중단, 의혹 해소 노력 등 그동안 요구한 3대 요구안을 직접 건의했다.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하는 방안도 요청했다. 민심 악화와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및 쇄신, 여야의정 협의체의 출범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혁정책,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지지와 당의 지원 역시 약속한 것으로 박 실장은 전했다. 또 "한 개혁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는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이날 면담 테이블에 놓여있던 한 대표의 빨간 파일 케이스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할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만 이런 요구에 윤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 실장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대표 구술을 받은 것이라 답변할 수 없다. 대통령 말씀을 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거리를 뒀다. 또 "대통령실에 취재하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한 대표가 전달한 내용이 없었는지에 대해선 "받아 정리하느라 소통할 시간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날 면담에서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을 시작하기 전 산책을 하고, 면담에서 대화 주제 제한 없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만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

우여곡절 끝에 만났지만 결국 빈손으로

이날 회동은 청사 앞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오후 4시54분께 시작돼 6시 15분께 마무리됐다. 약 81분가량 진행됐다. 당초 4시30분으로 예정됐던 회동 시간이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과의 접견 등으로 지연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지난 7월 30일 정 비서실장이 배석한 채 비공개로 이뤄진 면담 이후 두 달 반 만이다. 지난달 24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당 지도부 초청 만찬 후로는 27일 만이다. 회동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3자 면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한 대표가 요구했던 독대는 불발됐다.

독대를 요구한 끝에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였지만 결과적으로 접점을 찾진 못했다. 당초 회동의 핵심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어느 선까지 수용하느냐였는데, 원하지 않는 대답을 들었거나 호응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정 갈등 이어지나

당초 정치권에선 이번 만남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 대표가 요구하는 해법의 방식과 강도, 속도가 대통령실과 맞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이번 면담이 한 대표가 그간 주장해온 내용을 반복하고, 대통령이 경청하는 정도의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이날 국민의힘 원로들은 오찬을 갖고 제2부속실이나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즉각 실시하고, 김 여사가 직접 활동에 대해 입장을 밝혀주면 좋겠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아무런 성과 없이 회동이 끝날 경우 자칫 여권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회동은 결국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앞으로 한 대표의 발언 수위가 거세지거나 당정 불협화음이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면담 이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났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 단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불통의 면담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