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특수성과 함께 보편성ㆍ대중성 잃지 않아
전문가들 "세계인 공감할 만한 정서 가득 포함돼"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16일 기준 국내에서만 그의 서적들이 100만 부 넘게 팔렸다. 프랑스·일본 등 해외에서도 한강의 도서들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날 교보문고ㆍ예스24ㆍ알라딘 등에 따르면, 한강의 서적들은 노벨문학상 발표 뒤 엿새 만에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넘어섰다. 시장점유율이 90%가 넘는 세 서점을 제외하고, 다른 유통 창구를 통한 판매량까지 계산하면 판매 부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의 소설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사로잡은 배경에는 아픈 역사를 윤리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와 맥이 닿아있다. 그의 소설적 배경이 된 광주 5·18('소년이 온다')과 제주 4·3('작별하지 않는다')은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맥락 안에 놓여 있지만, 국가에 의한 폭력과 그에 따른 희생은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경험한 역사적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본지에 "노벨문학상은 국가별·대륙별로 안배를 하기 때문에 작가와 더불어서 그 나라에 주는 상이기도 하다"라며 "작가가 자국의 역사와 어떤 방식으로 대면하고 있는지가 무척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심사평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강은 소설을 통해 삶의 연약함과 더불어 역사에 대한 치열한 탐구의식을 보여줬다"라고 부연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봉준호의 '기생충'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한국만의 독특한 가옥 구조인 '반지하'라는 공간을 통해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빈곤과 계급의 문제를 다뤘다. 한국적인 특수성을 가져가면서도 대중성과 보편성을 잃지 않았던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기생충'의 성취에는 '오스카 소 화이트(Oscar So White :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라는 오명을 탈피하기 위한 아카데미의 전략적 선택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블랙핑크·뉴진스 등의 음악들도 그룹 특유의 성장 서사와 함께 한국 아이돌 음악의 맥을 유지하면서 미국·유럽 등 주류 음악 시장의 팬들을 사로잡은 멜로디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지혜 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나 뉴진스 등의 성장 서사도, 기생충의 반지하라는 공간도, 한강이 이룩한 문학에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한 정서들로 가득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K콘텐츠가 갑자기 우수해진 것은 아니다. 번역과 플랫폼의 문제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일 뿐"이라며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의 장점이 콘텐츠와 결합하며 해외에 빠르게 유통돼 세계 문화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