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공백·선거비용 발생 등 문제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구청장직을 사퇴한 가운데 민선 8기 들어서 자치구청장들의 공백으로 인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구청장들의 빈 자리로 인해 행정 공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선거비용 등 막대한 재원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16일 구로구에 따르면 문 구청장이 전날 구회의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를 제출함에 따라 구정은 엄의식 부구청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임기를 2년가량 남겨둔 문 구청장은 자신이 설립·운영한 회사 ‘문엔지니어링’의 170억 원 상당 주식 백지신탁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구청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문 구청장이 보유한 문엔지니어링 주식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며,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을 결정했다. 문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문 구청장은 사퇴 이후 회사 주식을 현재처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문 구청장은 전날 사퇴문을 발표하고 “구청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구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법원에서는 제가 주주로 있었던 기업과 구청장의 직무 사이에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며 “법원의 결정은 그간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구정을 수행해 온 저로서는 매우 아쉽고 가슴 아픈 결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구로구는 보궐선거 전까지 부구청장이 대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새 구청장을 선출하기 위한 보궐선거는 내년 4월 2일 치러질 예정이다.
민선 8기 들어 서울 자치구장들의 공백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공백이 반복되면서 행정 공백으로 인한 구민 혼란, 막대한 선거 비용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인정되면서 구청장직을 상실하게 됐다. 김 전 구청장은 당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궐선거에 출마에 나섰지만, 진교훈 현 강서구청장에게 패했다. 강서구는 해당 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해 4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였다.
당시 박대우 부구청장은 행정 공백을 막기 위한 구청장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구민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전 직원이 하나가 돼 흔들림 없이 구정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2022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되면서 용산구의 구정이 김선수 부구청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최근 박 구청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한 상태다.
한편 지방자치법 제124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궐위 시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