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감정 표현이 대폭 늘었으며, 특히 ‘슬픔’과 ‘공포’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구로병원은 한창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김준형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명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양지훈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이태원 참사가 사람들의 감정 표현 및 사회적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활용해 심층 분석해 재난 정신의학에서의 빅데이터 분석 활용 가능성을 탐구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2022년까지 3년간 핼러윈 축제 전후 2주간(10월 18일~11월 13일) 국내에서 작성된 엑스(X, 옛 트위터)의 트윗 중 ‘이태원’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트윗을 대상으로 딥러닝 기반 감정분석 모델인 RoBERTa를 활용, 트윗들을 7개의 감정 카테고리(분노, 슬픔, 행복, 혐오, 공포, 놀라움, 중립)로 분류했다. 날짜별로 감정별 트윗 수와 비율을 계산해 연도별 차이를 분석하고 재난이 대중의 감정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2998개, 2021년 3881개, 2022년 4만242개의 트윗이 작성됐으며 전체적으로 이태원 참사 이후 모든 감정 카테고리에서 트윗수가 증가했다. 특히 2022년에는 ‘슬픔’과 ‘공포’를 나타내는 트윗의 비율이 각각 4.6%, 3.3%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 혐오, 놀라움 등을 나타내는 트윗 수는 증가했지만, 비율상으로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행복’을 나타내는 트윗 수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는데, 이는 재난 상황에서 비극적 감정 외에도 다양한 감정이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됐다.
한창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재난이 SNS상에서 감정 표현의 양을 전반적으로 증가시키며, 지역사회와 대중에게 상당한 심리적 충격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기계학습, 인공지능과 결합해 재난 이후 대중의 정신 건강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사고는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민 정신건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재난 직후 지역사회의 감정변화와 정신건강 문제를 적시에 파악해 장기적인 부정적 결과를 예방하고 개인과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논문 ‘재난 정신의학에서 빅데이터 분석의 가능성: 서울 이태원 참사가 트위터 감정 분포에 미친 영향(Feasibility of big data analytics in disaster psychiatry: Impact of Seoul Itaewon tragedy on sentiment distribution on Twitter)’은 사회과학과 의학의 관계를 다루는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책용역 연구의 일환으로 재난사고 이후의 감정변화를 측정하는 ‘마음 날씨 예측 시스템(Mind-Weather Forecast System)’ 개발을 위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