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6조 베팅…POSCO홀딩스·아모레퍼시픽 뭉칫돈
3분기 실적 시즌 실망감 선반영 기대…‘빚투’ 감행 비중 확대
개인투자자들이 낙폭이 큰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투(빚을 내 투자)’까지 감행하며 주식시장 부진을 비중 확대 계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1~11일 삼성전자를 2조157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3.58% 하락하며 약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까지 내려앉은 삼성전자를 쓸어 담는 모습이다. 그 뒤는 5.01% 하락한 삼성전자우(1915억 원)가 이으며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다.
개인은 최근 이차전지 부문 적자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POSCO홀딩스(1127억 원)와 중국 소비 침체라는 악재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 아모레퍼시픽(1102억 원),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LG전자(532억 원) 등에도 뭉칫돈을 쏟아부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배터리 업계에 미친 여파에 자유롭지 않았던 한화솔루션(484억 원), 국내 내수 둔화로 고전하고 있는 식품 대장주 CJ제일제당(434억 원)도 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10조 원 중반대의 에코프로(425억 원)와 에코프로비엠(355억 원)에 주목했다. 이차전지 업계가 바닥을 다졌다는 관측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조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1조400억 원), 기관(-1조1401억 원)과 달리 공격적 투자를 감행 중이다. 하반기 기준 7월에만 1조9607억 원어치를 팔았다가 8월(3조571억 원)부터 매수 우위로 전환해 지난달 5조3903억 원어치를 샀다.
8월 벌어진 급락장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도주를 비롯해 주가에 타격을 입은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밸류에이션 감소에 향후 반등 가능성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3분기 실적 부진이 관측됐던 상황에서 이를 향한 실망감이 주가에 선반영 됐을 여지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투자 열기에 빚투 척도인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늘고 있다. 8월 초 17조2040억 원까지 줄었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일 5834억 원 증가한 17조7874억 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삼성전자 신용 잔액은 4일 기준 9243억 원으로, 2021년 8월 24일(9356억 원)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불안정한 실적 시즌에 접어든 데 더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에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자산긴축 기조에 변화가 없고, 중국 경기 부양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후속 조치가 제한적일 수 있기에 증시는 부담을 안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