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3)이 우리나라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자, 외신에서도 잇달아 한국 문학을 재조명하고 있다.
여성 작가가 보여주는 가부장 문화에 대한 저항을 주목하는 동시에 한강의 노벨상 수상 이후 전 세계로 번진 'K콘텐츠 열풍'이 문학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2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 여성이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강을 비롯해 한국 여성 작가들이 보여주는 글쓰기는 여전히 매우 가부장적이고 때로는 여성 혐오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남성 중심이었던 한국 문학 평론계는 지금껏 첫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고은 시인을 꼽아왔다. "고은 작가가 성 추문에 휩싸이기 전까지 노벨 문학상 발표 시기가 되면, 작가의 집 앞에 기자들이 모여 대기했지만, 한강 작가는 이 같은 군중을 모은 적이 없다"고 NYT는 짚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작품이 페미니즘 시각도 담고 있다는 점을 외신은 주목한다. 작품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이 육식을 피하려는 것은 가부장적 체제에 대한 저항의 행위로 해석 가능하다. NYT는 "여전히 여성들이 정치, 경제, 뉴스 미디어에서 차별받는 한국 현실에서 문학은 여성이 자신의 힘을 표현하는 창구"라고 전했다.
NYT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등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얻었지만, 이제 독자들은 페미니즘 소재 이상의 작품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른 외신들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전 세계의 ‘K팝’ ‘K드라마마’ 등 K콘텐츠 열풍이 문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강의 놀라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팝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풍부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은 그간 일본이나 중국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오스카에 이어 TV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이 세계 시장을 점령했고, 이제는 노벨문학상마저 가져갔다”면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도약한 ‘한류’가 어엿한 세계 문화 속 메이저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전쟁 이후 격동의 근대사를 거치며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토양이 마련됐다”면서 “한강 역시 1980년 광주 학살 당시의 역사적 경험을 고유의 서정적 미학에 녹여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