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변신은 무죄
양로원 출근하는 18개월 아기
일본의 한 시골 마을 미에현 메이와초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입간판도, 벤치도 있지만 버스가 서지 않는 가짜다. 버스 시간표에는 도착 시각 대신 ‘정오 점심’, ‘오후 3시 간식’, ‘허리를 숙이고 천천히 움직이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 정류장은 4월 노인 간병 사업을 하던 나카무라 히데토 씨에 의해 설치됐다. 외출한 치매 환자가 낯선 곳으로 가 실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치매 환자들은 종종 자택에서 생활하면서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고향에 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이로 인해 아무 버스나 탑승해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 가짜 버스정류장은 치매 노인들을 유인해 불안정한 마음을 가다듬게 하고, 주민의 신고로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에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카페도 전국에 7900여 개가 있다. 음료를 마시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공간이다.
경증 치매 환자를 고용해 사회·경제 활동에 참여시키는 카페도 있다. 일본 도쿄도 센가와역 인근의 카레전문점 ‘우산야마 식당’은 한 달에 한 번 ‘주문을 틀리는 카페’로 변신한다. ‘오렌지데이 센가와’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치매 진단을 받고도 일하고 싶어 하는 건강한 노인들을 위해 마련됐다. 손님들은 엉뚱한 케이크를 받거나, 물 한 잔에 16분이 걸려도 화내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고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라며 “치료법이 없는 신경 퇴행성 질환인 치매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짚었다.
양로원들도 노인들을 위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도쿄 우에하라역 인근의 ‘모리노카제’에서는 입소하는 날부터 기저귀를 벗는다. ‘기저귀를 원하는 노인은 없다’, ‘배설 실패가 자신감을 저하시킨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시설 입장에서는 철저한 식사·운동·배설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번거롭지만 한마음으로 ‘기저귀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토 타캬야 시설장은 “기저귀가 없으면 자신감과 삶의 의욕이 회복된다”고 강조했다.
노인 요양 현장에 미용을 도입하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화장, 네일, 피부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후쿠오카에는 간호미용전문학원도 생겼다. 이밖에 정신과 의사가 온라인으로 요양 시설을 지원하는 치매 케어 서비스도 도입됐다.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노인 배려에 동참하고 있다. 18개월이 된 레나는 일주일에 한 번 기타큐슈에 있는 요양원에 출근한다. 근무시간은 유연 근무제, 주요 업무는 원하는 만큼 돌아다니는 것이다. 요양원장인 기미에 콘도가 3년 전 자신의 손녀가 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노인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아기 직원’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곳에서는 약 70명의 아기 직원들을 통해 노인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교류의 장을 제공한다.
니가타현 세키카와무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키즈 치매 서포터’ 강좌가 열렸다.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키즈 서포터의 역할을 설명해주는 자리다. 강의를 들은 여학생은 “치매 환자가 놀라지 않도록 부드럽게 말을 걸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