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에는 덜 비관적 분석
“AI 세상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비관론자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 경기침체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이날 코네티컷에서 열린 그리니치 경제포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의 무역·통화·재정·이민·외교 정책의 조합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출될 경우보다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가능성을 훨씬 높게 한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과 약달러(달러 평가 절하),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 입장 등을 골자로 한 트럼프의 정책은 경제를 둔화시키고 동시에 물가 압력을 더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루비니 교수는 “이민자들이 제공하는 경제적 활력을 감안할 때 대량 추방까지 강제하겠다는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금과 단기 만기 채권, 미국 재무부 물가연동국채(TIP)를 보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금까지 트레이더들이 트럼프의 2차 대선 승리 위험을 대체로 무시한 배경에 대해서는 해리스와의 치열한 경쟁, 트럼프 행정부가 그의 공약을 좀 더 온건한 방식으로 완화할 가능성, 트럼프가 특정 정책을 펼치지 못하게 제어할 시장 침체 가능성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최근 더욱 고조되고 있는 중동의 긴장을 인플레이션 압박의 잠재적 촉매제로 짚었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더 커지면 유가 급등을 초래해 물가 압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루비니 교수는 오랫동안 주가 상승에 회의적이었지만, 미국 기술 대기업에 대해서는 덜 비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빅테크는 인공지능(AI)이 미국을 시작으로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유효한 이야기”라며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가 10년 안에 미국의 생산성을 3%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그러한 낙관적 전망의 상당 부분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기술과 AI 관련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이지만 인플레이션, 금리, 경기라는 변수가 있어서 상당한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루비니의 예측이 모두 실현된 것은 아니다. 2022년에 ‘스태그플레이션 속 부채 위기’라는 비슷한 예측을 했는데 지금까지는 실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