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명…죽음에 준비돼 있는가[초고령 사회, 처음 가는 길]

입력 2024-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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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인구 5명 중 1명은 노인...'초고령사회' 진입
화장 비율 90% 넘지만 화장·봉안시설 여전히 부족
"자연장 인식 변화시켜 새로운 장례문화 만들어야"

한국이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내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전망이다. 노령인구가 많아지면 그만큼 죽음도 늘어나 '다사(多死) 사회' 진입이 예측되지만 사회적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초고령·다사 사회에 걸맞은 성숙한 장례 문화는 물론 화장·봉안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사망자 수는 35만2700명이다. 단순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다는 얘기다. 전년(37만2939명)보다는 줄었지만 2020년 연간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선 이후 4년 연속 오름세다. 코로나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당시 고령자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인구 고령화 영향도 크다.

초고령·다사 사회에 대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사회적인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화장장은 물론 유골함을 안치해 둘 봉안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화장 비율은 2001년 38.5%에 불과했지만 2005년 50%를 넘어선 이후 2022년에는 91.7%까지 치솟았다. 추후 관리가 어려운 매장 방식이 아닌 효율적이고 편리한 화장 문화를 찾는 젊은 세대가 늘어난 게 영향을 끼쳤다.

장례 방식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화장 비율도 대폭 늘었지만 정작 시신을 화장할 화장장은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 국내 화장 인구는 34만2128명으로 2018년 대비 31.9%(8만2781명)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전국 화장로는 347개에서 382개로 35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일단 화장로를 늘려 증가하는 화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초고령사회에 더 심화할 수 있는 '화장 대란'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의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화장로 52기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포화한 화장시설에 화장로를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해내긴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심지어 2028년까지 전국에 새로 준공 계획이 마련된 화장장이 없어 초고령사회에서 사망자가 급증하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무작정 화장시설만 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화장한 유골함을 안치할 봉안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봉안시설 여유분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장례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도 현재 시설 규모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현재 공설 봉안당은 대부분 꽉 찬 상태"라며 "공설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사설 봉안당 시설 비용이 올라가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화장 후 봉안당이 아닌 산, 강, 바다 등에 뿌리는 자연장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장례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해양의 일정 구역에 뿌리는 자연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통과해 내년 1월부터는 가능해져 장례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어 화장하는 건 시신을 훼손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장례 방식으로 화장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다양한 선택지를 홍보해 친자연적인 장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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