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성이 최대 장점…시공간 뛰어넘어 게임 중독 가능
포르자·유로트럭 추천…콜 오브 듀티·배틀 그라운드 비추
버벅이고 멈추고 ‘당황’…시간 흐르면 사용법 익숙해질 듯
PC와 콘솔, 모바일 게임은 많이 해봤지만 로그 엘라이 X와 같은 UMPC(울트라 모바일 PC)는 처음입니다. PC는 휴대가 불가하고, 모바일 게임은 작은 화면이 답답하니 그 중간 정도인 UMPC는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ASUS로부터 3주간 기기를 빌려 제품을 사용해봤습니다. 사실 약속된 대여 기간은 2주였지만 너무 재밌어서 1주 더 빌렸습니다.
기자가 평가하는 로그 엘라이 X 외형은 ‘디자이너가 지고 개발자가 이긴 제품’입니다. 이런 상품들은 대체로 성능은 뛰어나죠(대표적으로 숙취 해소 음료 권위자 ‘여명 808’). 회사는 로그 엘라이 X를 만들며 사용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고 합니다. 곡선형 그립을 만들며 핸들 위치도 전작(로그 엘라이)에 비해 4.5mm정도 높아졌고 제품 기울기도 신경 써 그립감이 뛰어납니다. 주관적인 평가이지만, 에이수스는 디자인보다 기능과 편안한 사용감이 더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배터리 성능은 80와트(Wh). 100% 충전한 뒤 3~4시간 쉬지 않고 게임을 했더니 40%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전작 배터리는 40Wh였다는데, 배터리 성능이 안 올라갔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물론 배터리 성능은 게임 사양과 밝기, 사운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장용량은 512GB(기가바이트)에서 1TB(테라바이트)로 늘어났고, 램은 16GB LPDDR5-6400에서 24GB LPDDR5X-7500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오디오 음량은 매우 큽니다. 조용한 집에서 사용할 때는 음량 100 중 30까지만 올려도 충분합니다. 음질은 그저 그렇습니다. ‘바사삭’ 튀김 소리 같은 잡음이 종종 섞였습니다. ‘배틀 그라운드’와 같은 슈팅 게임을 할 때는 조금 아쉬울 것 같습니다. 잡음 때문에 미세한 발걸음 소리를 알아챌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사양 게임이 돌아가면 열을 방출하는 쿨링팬이 빠르게 돌아가는데, 이 작은 기기가 무거운 게임을 감당하는 것을 고려하면, 쿨링팬 소음은 오히려 작게 느껴집니다.
어떤 게임이 얼마나 매끄럽게 돌아가는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로그 엘라이 X는 스팀과 엑스박스 등 다양한 게임 플랫폼과 호환됩니다. 각 플랫폼에 로그인한 뒤 게임을 구매하면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궁극의 그래픽 끝판왕’으로 불리는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플레이했습니다. 일단 게임이 설치됐고 플레이가 된다는 점에서 로그 엘라이 X의 성능을 높게 봅니다. 비행기 운항도 잘 됐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비행기 외형이 찌그러지거나 운항이 덜거덕거리는 부분이 있어 UMPC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레이싱 게임인 ‘포르자 호라이즌 5’는 로그 엘라이 X에서 매끄럽게 돌아갑니다. 최적의 게임입니다. 거실 쇼파나 침실 침대에서 누워서도 가능하고 카페에서도 스릴 넘치고 몰입도 있는 레이싱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콘솔 게임기로 레이싱 게임을 할 때 게임 패드를 손에 쥐고 레이싱 코스에 따라 머리와 상체를 함께 움직여야 제 맛이죠. 로그 엘라이 X로 레이싱 게임을 하면 기기도 함께 움직이며 더욱 실감 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을 배경으로 대형 트럭을 직접 운전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도 추천합니다. 로그 엘라이 X로 방구석 유럽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거운 게임들은 안 돌아갑니다. 배틀 그라운드와 ‘콜 오브 듀티’는 어렵게 설치했지만 실행만 하면 튕기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고사양 게임이 다운로드는 되지만 게임이 작동되지 않는다면 SSD 용량이 부족한 것일 수 있습니다.
로그 엘라이 X를 사용하며 불편한 점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다마고치 이후로 휴대용 게임기가 처음이었던 기자는 사실 신문물인 로그 엘라이 X를 제대로 정복하지 못했습니다. 말만 게임기일 뿐 운영체제는 PC 윈도우인데도 작동이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윈도우 바탕화면에서 게임을 켜서 실행하면 게임 화면이 재생되고 윈도우 작업표시줄이 내려가야 하는데 없어지지 않고 눈에 거슬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기기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설마 이렇게 바보같이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기기 조작에 아직 익숙하지 않고 방법을 몰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용량이 큰 게임은 본격적인 플레이는 어려웠고, 시작 전에 게임이 계속 멈췄습니다. 문제는 화면만 멈추고 게임 음악은 계속 나왔고, 이때는 어떠한 조작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재부팅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소프트웨어가 휴대폰만큼 심플하지는 않습니다. 자주 튕기거나 하염없이 로딩 중인 게임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다른 게임이나 작업을 종료하면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인데 그 방법도 어렵고 조작법이 어색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 이른 나이에 ‘디지털 소외’를 경험한 느낌입니다. 차라리 다행입니다. 만약 조작도 수월하고 게임이 술술 풀렸다면, 로그 엘라이 X 몇 주 썼다가 침대에 누운 채 게임 폐인이 됐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