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원생 처우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연구생활장려금)의 재원은 100%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앞서 연구책임자의 연구지원비를 출연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연구생활장려금에 학생인건비 적립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현장의 반발이 커지자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10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구 현장에서 수주 과제로 확보한 인건비 일부를 스타이펜드 재원으로 가져가는 게 불공정하다고 우려하고 그 부분은 합당한 것 같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부터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매달 석사 80만 원, 박사 110만 원 지급을 보장하는 연구생활장려금 사업에 600억 원을 투입한다. 이 차관은 “이제 큰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11~12월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해 사업 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에 따라 이공계열 학생 유출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주요 대학의 이공계 휴학생 현황을 조사한다. 이와 함께 이르면 이달 말 이공계 활성화 방안도 발표한다.
이 차관은 “내년도 의대 정원이 증원되면서 기존 대학의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로 빠질 것에 우려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이 이공계에 얼마나 영향 줄지 주요 대학과 4대 과기원의 통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각 대학이 집계를 마무리하는 10월 1일 발표할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이공계 학생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이공계 활성화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이 차관은 “이공계 활성화 대책의 중요한 정책 방향은 진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투입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나오는 체계와 그 속에서 보상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 3가지”라며 “단순히 방향성만 담는 게 아닌 제도적 차원에서 이공계가 원하는 대책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공계 인재 고갈의 해결책 중 하나로 꼽혔던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은 “의사과학자 부분은 의대 정원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카이스트나 특성화 대학의 의학전문 대학원을 이과 계열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정원에 배정은 안 됐다”며 “4대 과기원이 직접 의과 계열 대학을 설립해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 의학계열 대학과 이공계열의 대학들이 협업할 수 있는 구조의 사업에 대해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29조7000억 원으로 제출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국회와 논의해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에 예산을 분배하기 위해서는 출연연이 국가전략기술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체계적으로 모색한 후 국회에서 예산 심사과정을 통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