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환영” vs 친명 “떨떠름”
與 “여야 협치 중요한 계기”
金 대권 가능성에 우려 시각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 등 선거 출마 길이 열리게 돼 비명(비이재명)계 구심점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2021년 7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이듬해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다만 복권은 되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8월부터 영국에 머물다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행사 참석차 일시 귀국했다. 그는 당시 “현재로써는 열심히 공부하는 게 제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정치적 언급은 피했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김 전 지사는 연말 귀국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복권된다면 귀국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김 전 지사의 복권에 공개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힌 건 ‘비명’과 ‘친문’ 인사들이다.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 당대표 경선을 치르고 있는 김두관 후보는 9일 MBN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 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앞으로 김 전 지사가 당내에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도 이날 “환영하며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친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별사면·복권은 (여야) 대타협을 위한 대통령의 상징적인 제스처이기 때문에 당연히 복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7일 “얄팍한 정치 셈법으로 미룰 때가 아니다”면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억울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복권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하필이면 민주당의 전당대회 과정에 복권하는 건 뭐 떨떠름하기는 하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야권 분열’을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이다. 한준호 최고위원 후보도 8일 JTBC 인터뷰에서 “2022년 12월 김 전 지사에게 복권 없는 사면을 했다.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고 본다. 야당의 분열, 이런 의도가 담겨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6일 YTN 라디오에 나와 “여당에선 야권 분열용 시기에 맞춰서 쓸 거라고 보는데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민주당에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더 큰 덩어리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인 지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사실은 김 전 지사라 앞으로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앞에선 친명 행세를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다른 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지난 총선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낙천된 친문 인사들이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세력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전 경남지사의 복권에 대한 당의 입장은 정해진바 없다”며 “정부에서 검토 중인 만큼 당은 신중히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 가능성을 둘러싸고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지사가 과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복권을 받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가 여야 간 협치의 시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야권 분열을 위한 포석’이라는 물음에는 “모든 것을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끝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전반적으로 국민의힘은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지만, 내심 온도 차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 전 지사의 대권주자 부상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시각에서다. 국민의힘 출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4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주자로 성장할까 봐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일 것”이라고 말하며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대권주자를 윤석열 대통령의 후계자로 만들려는 작업들을 시도하지 않을까”라며 김 전 지사 대망론 가능성을 언급한 적 있다. 당시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설에 여권이 뒤숭숭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