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47명 체포돼...체포 인원 더 늘어날 듯
취임 한 달 스타머 정부, 강경 대응 입장에도 폭력 시위 확산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사망한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극우 폭력 시위가 계속 확산하고 있다. 흉기 난동 사건의 용의자를 둘러싼 거짓 정보가 확산하면서 반(反)이민, 반이슬람을 주장하는 시위가 영국 곳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CNN 등에 따르면 주말 사이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에 연루된 최소 147명이 체포됐다. 체포 인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난민 수용시설로 사용되는 잉글랜드 로더험의 한 호텔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호텔 건물 창문이 깨지고 건물 일부에 불이 붙는 등 작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호텔에 거주자나 직원들의 부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자 일부 시위대는 물건을 던지고 소화기를 뿌리면서 영국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진압하던 경찰관 최소 10명이 부상했다.
앞서 금요일인 지난 2일 밤부터 런던을 비롯해 리버풀·브리스틀·맨체스터·블랙풀·사우스포트·벨파스트 등에서 시위대가 벽돌·유리병을 던지고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의 과격한 폭력 집회가 본격화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경찰에게 벽돌, 의자, 유리병을 던지는가 하면 이슬람 사원에 공격을 가했다. 경찰서,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방화로 불에 타거나 훼손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종차별과 반이민 시위에 맞서 거리로 나선 사람들까지 더해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발화점은 지난달 29일 인근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당시 지역 댄스 교실에 침입한 괴한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세 명이 숨지고 열 명이 다쳤다. 그런데 사건 발생 직후 범인의 신원이 17세 무슬림 이민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소셜미디어에 빠르게 확산했다.
하지만 실제 범인의 이름은 완전히 달랐고, 이민자도 이슬람교도도 아니었다. 기독교 국가인 르완다 출신 부모를 두었지만,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영국인이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소셜미디어에 퍼진 가짜 뉴스를 진짜라고 믿은 군중은 댄스 교습소가 있는 사우스포트의 이슬람 사원 주변에서 폭력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극우단체가 가짜정보 확산 배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연일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로더험의 호텔 공격을 언급하면서 “이건 시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난폭한 폭력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든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번 폭력 사태를 비난해야 한다”면서 “폭력 시위대가 우리나라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소요 사태에 직접 가담했거나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조장한 뒤 내뺀 모든 사람은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 밤에는 긴급 내각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CNN은 이번 폭력시위가 지난 2011년 흑인 남성이 경찰 총격에 맞아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폭력 시위라고 지적하면서, 집권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노동당 스타머 정권에게 엄청난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