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몰에 판매 물품 자동 등록…셀러도 몰라
큐텐 정산시스템·물류사 큐익스프레스 이용
자금 관리·큐익스프레스 물류 확대 용이
큐텐그룹이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인터파크쇼핑), 위메프를 인수한 후 이들 이름을 따서 만든 별도의 플랫폼 이른바 ‘위성몰’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등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자(셀러) 조차 모르게 위성몰에 상품을 올리면서 판매해왔는데, 큐텐그룹이 기존 정산 시스템으로 자금을 관리하고 큐익스프레스 물동량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큐텐그룹은 2022년 9월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쇼핑,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한 뒤 각 플랫폼 내에 티몬월드(현 티몬 비즈 마켓), 인팍쇼핑, 위메프플러스라는 이름의 별도 쇼핑몰을 개설했다. 티몬월드와 위메프플러스는 각각 작년 1월과 11월, 인팍쇼핑은 올 3월 문을 열었다. 이들은 기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과 이름과 디자인만 비슷할 뿐 별도의 쇼핑몰, 이른바 위성몰이다.
큐텐그룹은 해외 직접구매(직구)와 역직구 등의 서비스를 통해 국내 셀러와 소비자의 글로벌 쇼핑을 돕겠다는 취지로 위성몰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티몬월드, 위메프플러스, 인팍쇼핑에 입점한 셀러는 강제적으로 큐텐의 정산시스템인 큐텐 세일스매니즈(QSM)을 이용해야 했고 물류 서비스를 담당하는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활용해 상품을 배송해야 했다.
셀러들 조차도 자신의 상품이 티몬월드, 위메프플러스, 인팍쇼핑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셀러 A 씨는 “위메프와 인터파크(쇼핑) 판매를 줄여 판매량이 없었는데 갑자기 6월부터 QSM이라고 주문이 들어와 발송을 해줬다”면서 “평소 판매를 안 했는데, 이렇게 자기들 맘대로 판매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셀러 B 씨는 “인팍쇼핑에서 주문이 들어와서 들어가 보니 (내가 판매하는) 상품이 위시플러스라는 큐텐 쇼핑몰에도 있었다”면서 “추후 상품 관리가 전혀 안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정산금 지연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4월부터 티몬월드로 입점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셀러 C씨는 1일 열린 ‘티몬월드 미정산 사태 관련 디지털가전 피해업체 간담회’에서 “올 4월 선정산 대출을 넣어 주면서 티몬월드로 이전할 것을 티몬이 적극 장려했고 이를 계기로 판매 비중 자체를 타 플랫폼보다 티몬월드에 많이 두게 됐다”고 했다. 셀러들은 티몬월드로부터 최소 10억 원대, 많게는 100억 원 이상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들의 미정산금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수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큐텐그룹이 별도로 위성몰을 조직, 상품을 팔아온 배경은 QSM으로 셀러 자금을 관리하는 동시에 큐익스프레스를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티몬, 위메프 등에서는 각사의 정산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지만 QSM을 적용할 경우 큐텐이 직접 자금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한 물동량 확대 효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수한 위시의 경우, 기존 위시 쇼핑몰이 있지만 큐텐을 위시플러스로 바꾸며 별개 플랫폼을 만든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큐텐은 최근 위시플러스 간판을 떼고 다시 큐텐 간판을 내걸었다.
큐텐그룹의 이 같은 전략을 두고 오히려 정산 지연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QSM을 통해 셀러 판매 대금을 인수 자금으로 유용했고 복잡한 구조로 자금 흐름까지 꼬였다. 기대했던 큐익스프레스 확대 효과도 미미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큐익스프레스 매출 중 큐텐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이내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플랫폼의 이름을 본 따 별도의 쇼핑몰을 만든 건 셀러와 고객을 오도한 것”이라며 “자신들이 통제하기 쉽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