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통·공정·신뢰로 일군 女양궁 ‘올림픽 10연패’

입력 2024-07-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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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 전훈영(30·인천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어제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내리 10연패였다.

한·중 결승전은 드라마 아닌 드라마였다. 승부는 세트 스코어 4-4에서 1명이 1발씩 쏘는 슛오프를 통해 가려졌다. 최종 점수는 27-27로 표시됐다가 한국의 9점짜리 화살 2개가 10점으로 판정되면서 금·은 색깔이 갈렸다. 세 선수 모두 올림픽 무대에 처음 섰는데도 센 강변의 세찬 바람과 압박감을 이겨내면서 금과녁을 꿰뚫었다.

임시현 선수는 고교 시절 스승인 민수정 서울체육고 코치의 축하 메시지에 “선생님, 저희 역사를 썼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말 그대로다.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는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우리 양궁 대표팀 말고는 미국 수영 대표팀이 400m 혼계영에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10연패를 기록했을 뿐이다.

한국 양궁 특유의 소통·공정·신뢰가 파리 승전보의 자양분이 됐기에 더욱 고무적이다. 세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됐을 때 ‘경험 부족’ 우려가 팽배했다고 한다. 2021년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 등 내로라하는 스타급이 즐비했기에 협회로선 고민과 유혹이 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온갖 역경과 험난한 과정을 뚫고 온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며 대표선수를 보호하고 사기를 살렸다. 그 보답은 파리 금메달이다. 소통과 신뢰, 공정이 10연패 금자탑의 토대가 된 결과다.

현대차그룹의 효율적 지원도 큰 몫을 했다. 그룹은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의 첨단 기술을 훈련에 도입했고 슈팅 로봇과 대결해 선수들이 ‘강철 멘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선수단 선발 등에 거리를 두는 원칙을 지킨 점도 중요하다. 한국 양궁의 소통과 신뢰 시스템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양궁 리더십도 선수단과 함께 박수갈채를 받을 자격이 있다.

양궁만 볼 일은 아니다. 어제 모국에 100번째 금메달을 안긴 대표단 막내 반효진(16·대구체고)도 있다.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에서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다른 ‘소녀 명사수’ 오예진(19·IBK)은 김예지(32·임실군청)와 함께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나란히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선 한국 펜싱의 간판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이 한국 펜싱계에 첫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안겼다. 만삭의 몸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던 금지현(24·경기도청)은 동갑내기 친구인 박하준(24·KT)과 함께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딴 김우민(23·강원도청)도 있다. 김우민 선수는 “사지가 타들어 가는 느낌”으로 막판 스퍼트를 했다고 한다. 다들 그렇게 온몸을 던지고 있다. 메달을 땄든 그렇지 않든, 모든 국가대표를 격려해야 마땅한 올림픽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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