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 따지는 문화 소비 주도층…뮤지컬·연극 '회전문 관람' [판 뒤집힌 영화V공연 ②]

입력 2024-07-29 05:00 수정 2024-07-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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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7-2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가성비' 아닌 '가심비' 따지는 젊은층 많아져
상업영화보다 관람 경험 귀한 예술영화 선호
"데이식스 콘서트 갔다는 건 '자랑'이 된다"
공연 활성화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심리'

영화·공연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은 ‘파묘’나 ‘범죄도시 4’가 아닌 연극 ‘맥베스’나 피아니스트 임윤찬·아이돌 밴드 데이식스의 공연 인증샷이 더 의미 있다고 말한다.

20ㆍ30세대는 물론 40ㆍ50대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취향과 소비 습관을 지인들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상업영화보다는 뮤지컬이나 연극,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클래식 공연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것이다.

최지유(가명ㆍ35) 씨는 "천만이 넘는 영화는 호기심에 보러 가기는 한다"라면서도 "인증샷을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아닌 '스토리'에 공유한다"라고 말했다. 게시글은 작성자가 삭제하지 않는 이상 팔로워들이 계속 볼 수 있지만, 스토리는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최 씨는 "주변에 친구들도 공연 인증샷은 게시글로 올리고, 영화는 티켓을 찍어서 스토리로 올린다"라며 "콘서트는 언제나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날짜가 정해져 있고, 그날이 아니면 못 본다. 영화는 OTT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 두 장르가 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젊은층들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예술영화를 선호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젊은층들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예술영화를 선호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상업영화보다는 독립ㆍ예술영화로 발걸음을 돌리는 젊은 세대도 늘고 있다. '파묘', '범죄도시 4' 등 동네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상업영화가 아닌 '태풍클럽', '퍼펙트 데이즈',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이른바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 볼 수 있는 독립ㆍ예술영화의 관람 경험이 더 귀하기 때문이다.

도지윤(가명ㆍ31) 씨는 "사실 그런 측면도 있지만, 포스터가 상업영화보다 예술영화가 더 예쁘다"라며 웃었다. 그는 "예술영화들의 포스터가 미적으로 우수한 경우가 많아서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라며 "사실 '범죄도시 4'를 봤다고 하는 것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봤다고 하는 게 더 힙해보인다"라고 말했다.

공연시장 매출액 이끄는 '회전문 관객'…"수십 번 봐도 안 질려"

▲회전문 관객의 기준에 대한 인식표 (예술경영지원센터)
▲회전문 관객의 기준에 대한 인식표 (예술경영지원센터)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공연시장 마니아 관객 성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 4회 이상 유료 공연 관람자 중 67.3%가 한 개의 공연을 반복해서 관람한다고 응답했다. 이른바 '회전문 관객'이다.

회전문 관객은 대극장보다 소극장을 선호한다. 배우나 가수를 근거리에서 볼 수 있어서 상호작용이 높아지고, 정서적 에너지가 충족된다. 이런 만족감 때문에 비싼 티켓값에도 불구하고 반복 관람하는 소비 행태를 보인다.

뮤지컬의 반복 관람 비율이 60.4%(평균 4.8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극 44.2%(평균 4.4회), 음악 36.8%(평균 3.3회), 무용 33.7%(평균 3.9회), 국악 31.4%(평균 2.5회) 순으로 조사됐다.

한 공연 관계자는 "영화에 'N차 관람'이 있다면, 공연에는 '회전문 관객'이 있다. 같은 공연을 수십 번씩 관람한다. 가령 좋아하는 캐스트가 수·토요일에 공연한다면, 두 번 다 본다. 각각의 공연에서 배우가 취한 제스처, 목소리 톤, 분위기 등이 미묘하게 다른데, 그 작은 차이를 즐기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의 경우 N차 관람을 하더라도 결국 스크린 속의 배우를 본다. 배우가 무대 인사나 관객과의 대화(GV)를 하지 않는 이상 극장의 관객이 배우를 실제로 대면할 일은 없다. 반면에 공연은 실제 배우나 가수를 대면하면서 즐기는 예술이기 때문에 같은 것을 수십 번 봐도 그 질이 영화와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샘컴퍼니 연극 시리즈의 여섯 번째 주자인 '맥베스'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오직 5주간 관객과 만난다. (샘컴퍼니)
▲샘컴퍼니 연극 시리즈의 여섯 번째 주자인 '맥베스'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오직 5주간 관객과 만난다. (샘컴퍼니)

공연시장 확장 대체 왜?…'가심비'ㆍ'팬덤'ㆍ'보복심리'

공연시장 매출액은 2022년에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축소한 영화시장에 비해 공연에 대한 수요는 많이 증가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젊은층들은 이제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를 따진다"고 설명했다. 가성비가 싼 가격에 효율성을 따진다면, 가심비는 값이 비싸더라도 심리적 만족감을 고려하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정 평론가는 "'파묘'는 곧 넷플릭스에 올라오지만, 임윤찬 공연은 지금 가서 보지 않으면 볼 방법도, 기약도 없다"라며 "누구에게 감상을 얘기할 수도 없고, 인증할 수도 없으니 유튜브 직캠을 봐서는 온전한 내 경험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유튜브 요약 영상을 보면 어느 정도 충족되지만, 공연은 충족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서 보고 싶다는 욕망이 든다는 것이다.

젊은층들의 '공연 적금' 현상에 대해서는 "영화는 기다렸다가 OTT로 보면 되니까 영화 볼 돈을 아껴서 데이식스 콘서트 티켓을 사는 것"이라며 "주말에 데이식스 콘서트를 갔다는 건 친구들에게도 '자랑거리'가 된다. 돈이 있어도 티켓을 구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문화평론가는 갈수록 강화하는 '팬덤 문화'를 공연시장 매출 확대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영화보다는 공연에서 팬덤 문화가 강하게 작동하고, 이 같은 현상이 적극적인 소비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유,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등의 팬덤 사례나 중ㆍ장년층을 공연계의 새로운 소비계급으로 몰고 온 임영웅, 송가인의 팬덤 사례가 그 예"라며 "공연 실황 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상황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준희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공연시장 매출액 증대가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심리'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코로나19가 끝나고 가장 기다렸던 게 공연과 여행이다. 그 기간에 영화는 OTT로 얼마든지 봤다"라며 "사실 공연이 잘 됐다기보다는 영화가 죽은 것이고,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관 산업이 죽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집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이제 직접 대면하면서 볼 수 있는 공연과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여행에 몰두했다. 그래서 지금 공연뿐만 아니라 여행 업계도 활황이다. 그러한 보복심리가 매출액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독] 상반기 공연시장 매출 6288억원…영화보다 185억 앞서 [판 뒤집힌 영화V공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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