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한국에서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은…

입력 2024-07-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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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본에 기술없이 너도나도 창업
실제 운영엔 예상치못한 문제산적
면밀한 사전점검으로 실패 줄이길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촌 여동생이 편의점을 개업했다는 연락을 해왔다. 곧 정년이 다가오는데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고민하다 편의점을 개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는데 남편이 일찍 실직해 놀고 있어 부부가 같이할 수 있는 업종인 편의점을 선택했다고 한다. 개업하고 한 달이 지나 장사가 어떤지 궁금해 들려 보았더니 창업의 무용담에 하소연을 늘어놓으며 자영업자의 비애를 호소하였다.

퇴직 후에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을 알아보니 식당과 가게밖에 없었다고 한다. 바로 소상공인의 과반수가 음식업과 소매업에 종사하는 이유이다.

본인의 음식 솜씨가 좋아 처음에는 식당을 고려했다. 경험 없이 단독으로 하기에는 겁이 나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알아보았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창업비용이 많이 필요했다. 규모가 작아도 식당은 인테리어를 꾸며야 하고 주방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런 초기 투자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 게다가 식당을 운영하려면 조리 기술과 점포 경영의 지식이 요구된다. 주방 요리사와 보조 인력에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최소 3~4명의 인력을 고용해야 식당이 돌아가는데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인건비를 절감하려면 직접 일을 해야 하는데 혼자 다 할 일이 아니다. 요리는 못한다 해도 식자재를 다듬고 반찬을 만들어 준비하는 일도 벅찰뿐더러 주문받고 음식 나르며 테이블 정리 청소하는 것도 힘이 든다. 요즘은 배달 비중이 높아졌는데 배달 주문이 몰리면 시간 맞추는 것이 엄청난 작업이다. 위생이나 환경 인증도 까다롭고 수시로 구청에서 검사가 나와 식당 개업을 포기했다.

식당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아무나 하는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음식을 시켜 먹을 때는 몰랐지만 막상 식당을 차리려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보다는 가게가 쉬울 것 같고 그중에서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 편의점의 장사가 잘될 것으로 예상해 편의점을 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자기네가 사는 신도시 외곽에 입주를 시작한 지식산업센터 1층에 편의점 점포가 나와 계약했다는 것이다. 요즘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처럼 많아 공실률이 높지만, 다행히 그 지식산업센터는 입주가 완료되어 입주사 직원들 대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건물 내 기숙시설이 있어 야간에도 장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숙사 생활하는 근로자들이 찾아와 그동안 담배나 음료를 사려면 길을 건너가야 했는데 편의점을 열어 주어 고맙다고 하여 기대를 더욱 부풀게 하였다. 본사에서 개업 행사로 샌드위치에 무료로 원두커피를 제공하는 판촉도 지원해 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막상 개업하고 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담배를 팔려면 소매인 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거리 제한에 걸렸다. 바로 인접한 옆 건물에 개업한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먼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아 안된다는 것이다. 편의점의 강력한 미끼 상품인 담배를 팔지 못하면 매출에 타격이 크다. 그 와중에 건물관리인이 연락해 커피숍이 1층에 입점하기로 계약했으니 편의점에서 원두커피 파는 것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점포임대 계약에 커피숍이 입점하면 커피를 못 판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하는데 임대계약을 편의점 본사가 체결해 점주로서는 그 사항을 몰랐다. 편의점에서 담배와 커피를 팔지 말라고 하면 장사하지 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커피를 못 팔면 샌드위치와 커피를 묶어서 파는 개업 행사도 차질을 빚는다. 비싼 돈 주고 장만한 원두커피 기계도 무용지물이 된다. 본사에 문의했지만, 점포 임대계약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것은 점주 책임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편의점 가맹계약할 때 하도 계약서가 많아 임대계약서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그런 독소 조항이 있었다니 난감하기만 하다. 본사 법무팀은 원두커피 대신에 캔커피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데 그걸로 집객 효과가 있을지 자신이 없다.

편의점 외부에 여유 공간이 있어 거기에 파라솔을 설치해 맥주와 음료를 저녁에 팔고자 하였다. 입점할 당시에는 건물관리인이 파라솔을 3개 정도 설치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막상 설치하려 하니 건물 미관에 안 좋아 안된다는 것이다. 처음 약속과는 다르다고 항의하니 그때는 다른 담당자가 잘 모르고 답했다고만 한다.

아이스크림 냉장고도 몇 차례 고장 나 애를 먹였다. 한참 더위에 아이스크림 사러 온 손님들을 돌려보내려니 가슴이 쓰렸다. 장사라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편의점 계약기간이 5년이라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다. 앞으로 5년을 꼼짝없이 이 가게에 묶여 장사해야 하니 아득하기만 하다. 은퇴 후에 자영업을 창업하는 것은 축구경기 연장전에서 자살골을 넣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딱 그런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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