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의대 정상화 ‘깜깜’…의사들 “정부 땜질처방이 사태 악화”

입력 2024-07-11 15:36 수정 2024-07-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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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련병원과 의과대학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제시한 양보책이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의학교육의 질을 하락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재확인하고 있어서다.

11일 전국 37개 의대 소속 교수들은 정부를 향해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해라 마라 하지 말고, 온전히 병원과 전공의에게 맡겨라”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교수들은 “정부의 사직 전공의에 대한 변덕스러운 차별적, 선택적 수련 특례 적용이야말로 보건복지부가 원칙 없이 특례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관련 규정을 뜯어 고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라며 “복지부의 특례 적용은 전공의들을 위협하고 탄압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이날 보건복지부는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마무리할 것을 각 수련병원에 요청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결정하려면, 15일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최종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8일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전공의를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철회한 바 있다. 또한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재응시하는 이들에게는 수련 특례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중도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 동일 진료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는데, 이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어 복귀를 독려한 것이다.

수련 특례에 학사 변경까지…의대 교수·의대생·전공의 반응 ‘싸늘’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의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고수하면서 의사들을 압박하는 땜질식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성명에서 복지부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 “교육을 받는 피교육자 및 노동자 신분을 가진 전공의를 아직도 값싼 노동자로만 간주하고 병원의 적자를 메우려는 방편”이라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복지부가 의료현장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의교협은 “행정처분 철회와 수련 특례로는 대다수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도 않을 것이며, 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의대 2000명 증원 정책 추진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도 싸늘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3학기제를 허용하고, 수업일수를 2주 이내 범위에서 감축하는 등의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5개월째 멈춰선 의대 교육은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전날 설문조사 결과, 의사 국가시험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3015명) 중 응답자(2903명)의 95.52%는 시험 응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사 국가시험은 이달 22일부터 원서 접수가 시작되며, 9월부터 차례로 실기시험을 치르고 내년 1월에 필기시험이 진행된다. 원서 접수를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시험 응시를 거부한다는 의미와 마찬가지다.

손정호 의대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본과 4학년 학생들 대부분이 의사 국시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라며 “앞으로 일어날 사태는 모두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고,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정부는 조속히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생들의 시험 거부 소식이 담긴 뉴스를 공유하면서 “학생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저도 안 돌아갑니다”라고 했다.

교원 확충·교육기관 평가 난제…“교육 질 저하 우려”

의대 교원 확보와 교육기관 인증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은 ‘교육 부실화’ 논란을 증폭시켰다.

정부는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관에서 의료인으로 근무한 경력을 100% 연구·교육 실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학교원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개정령안이 시행되면 이전보다 의대 교수 임용 자격의 문턱이 낮아지는 셈이다.

또한 5월에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고등교육 프로그램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재인증하면서, ‘평가·인증의 기준⋅방법⋅절차 등을 변경할 때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에서 사전 심의한다’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내년도 의대 증원이 현실화하면, 전국에서 총 30개 의대가 의평원의 평가 대상이 된다. 교원 및 시설 확충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행 평가기준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 이들 의대는 대부분 불인증 결과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의평원은 입장문을 내고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유관기관의 기본재산 출연을 통해 의료계에서 자발적으로 설립한 기관”이라며 “(사전 심의는) 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평원은 “정부는 그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인증의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 온 의평원의 역할을 존중하고, 향후에도 의평원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평가인증 사업을 수행해 고유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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